관세환급-원산지 기준 절충 ‘윈윈’… 車 5년내 관세 폐지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 분야별 합의 내용

삼겹살 10년내 관세 폐지
쌀 고추 마늘은 현행유지
와인은 발효즉시 무관세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양측은 FTA 발효 후 5년 안에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공산품의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이는 한미 FTA보다 개방 폭이 훨씬 클 뿐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양측이 원하는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관세 환급과 원산지 기준 한 발씩 양보

협상 초기부터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혀 왔던 관세 환급 문제는 한국 측의 주장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졌다. 관세 환급이란 부품이나 원재료를 수입해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면 정부가 부품, 원재료 수입 때 걷은 관세를 해당 수출기업에 돌려주는 제도. 가공수출의 비중이 큰 한국으로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항목이었다. 4월 초 협상이 타결 직전 결렬된 것도 관세 환급에 대한 절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협정 발효 5년 뒤부터 역외(域外)산 원자재 조달방식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해당 품목의 환급 관세율 상한선을 설정해 환급액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그 대신 한국은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이던 원산지 기준에서 EU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당초 한국은 주요 수출품목인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수입부품의 비율이 50%(부가가치 기준)를 넘지 않으면 자국산으로 인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자동차 완성차의 경우 이 비율을 4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부품은 수입 부품이 50% 이하일 경우 자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 한미 FTA보다 관세 더 내린다

공산품의 경우 EU는 FTA 발효 후 3년 안에 관세의 99%(품목 기준), 한국은 96%를 철폐하기로 했으며 발효 후 5년 내에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모든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이는 한미 FTA에서 미국 측이 FTA 발효 후 3년 안에 91.4%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것보다 개방 수준이 높은 것이다.

특히 한국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대(對)EU 수출의 18.5%(2008년 52억 달러)를 차지하는 자동차다. 양측은 1500cc 초과 중·대형차의 관세를 3년에 걸쳐, 1500cc 이하 소형차는 5년에 걸쳐 매년 같은 비율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3년 내에 자동차 관세를 모두 없애기로 한 한미 FTA에 비해 유예기간이 다소 길지만 EU는 현재 미국(관세 2.5%)의 4배나 되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관세 인하폭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벤츠, BMW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앞으로 현지 모델 그대로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한국의 표준에 맞게 별도 옵션을 달아서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해야 했다.

○ 유럽산 돼지고기, 치즈 수입 늘어날 듯

민감 품목인 돼지고기(25%)의 경우 냉동 삼겹살과 냉장육은 10년, 냉동육은 5년에 걸쳐 수입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그러나 쌀 고추 마늘 양파의 수입관세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한국 정부가 농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유예를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와인은 FTA 발효 즉시 15% 수준인 관세가 폐지돼 국내 소비자들이 유럽 와인을 좀 더 싼값에 마실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유럽 지역에서 생산된 일반 화장품(향수, 색조 화장품 등)은 3년, 기초 화장품(로션, 에센스 등)은 5년에 걸쳐 8%의 관세가 철폐된다.

EU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 분야에선 EU 측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 한미FTA에는 없었던 방송용 국제위성전용회선 서비스와 생활하수처리 서비스 시장을 EU 기업들에 개방하되 한국 진출 유예기간을 각각 2년과 5년씩 두기로 했다. 법률서비스는 EU가 주장한 대로 외국법자문사에 대해 자국 명칭(home title)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EU 측이 끈질기게 요구한 원산지 표기방식인 ‘메이드 인 EU(made in EU)’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는 협정 발효 후 1년 뒤에 별도로 협의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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