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조합원 동원한 ‘연대파업’ 기세 꺾일 듯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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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급단체 노조 ‘사업장 출입제한’ 결정 의미

개별사업장 복리문제와 무관한 일까지 간섭

‘상급단체 노조원이 개별사업장에 함부로 출입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은 상급단체 노조가 그동안 산하 개별사업장 노조원의 복리문제가 아닌 사안에까지 조합원들을 동원해 연대파업을 벌이는 등 쟁의행위를 확대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법원 결정의 대상 사업장인 경기 평택시의 동우화인켐은 발광다이오드(LCD) 부품인 편광필름 등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회사다. 지난해 5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직접 가입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회사 측은 불법파업 등을 주도한 11명의 노조원을 해고하고 일부 노조 간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는 “신생 노조의 활동을 돕겠다”며 회사에 들어가려 했지만 출입이 금지되자 올해 2월 “회사 출입을 허용해 달라”며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4개월 넘게 심리한 끝에 1일 “금속노조원의 공장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아무런 기준이나 제한 없이 상급단체 노조원이라면 누구나 개별사업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해당 사업장과 무관한 사안까지 쟁의 대상으로 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상급단체 노조원이 개별사업장에 출입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근로자가 상급단체인 산별노조에만 가입해 상급단체 노조 간부가 어쩔 수 없이 해당 사업장의 단체교섭 위원으로 선정됐거나 △단체협약에 상급단체 노조 간부의 출입이 보장돼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등이다. 이는 기존 판례를 참고한 것이다.

GM대우자동차 협력업체인 KMNI(자동차시트 생산)에는 네 곳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금속노조는 2005년 10월 KMNI에 ‘노조 분회’를 설립하기 위해 회사 측에 전북 군산공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부분파업이 벌어지자 회사 측은 “노조원의 무단 진입과 시위를 막아달라”며 금속노조 간부 80명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전주지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간부가 단체교섭권한을 위임 받은 교섭 위원들이라는 게 인정됐기 때문이다.

또 임금협상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던 영남대병원이 2007년 초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원 10명을 상대로 “건물 내 출입 및 시위를 금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도 기각됐다. 당시 대구지법은 “단체협약에 쟁의 중에는 상급단체 노조원의 출입을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판결했다.

KMNI와 영남대병원 사례는 모두 사용자 측이 낸 소송이지만 동우화인켐 사건은 거꾸로 상급단체 노조가 낸 첫 사례여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전에 상급단체 노조의 활동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벌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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