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홍루몽’ 인기는 삼국지 버금가”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최용철-고민희 교수 첫 완역본
내용 방대해 별책 해설집도

중국출판과학연구소가 중국인들이 즐겨 읽는 책을 조사해 4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홍루몽’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홍루몽의 한국 내 인기는 나머지 세 작품에 못 미친다. 중국문학을 연구하는 국내 학자들은 “중국인들은 한국인이 삼국지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런 뒤에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홍루몽이 한국에선 별 인기가 없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홍루몽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로 번역의 문제를 드는 학자가 많다. 번역본이 여러 종 나와 있지만 일본어본을 재번역한 중역본이거나 조선족 번역가들이 옮긴 게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루몽을 30여 년 간 연구해 온 최용철 고려대 중문과 교수(56)와 고민희 한림대 중국학과 교수(53)가 9년간의 작업 끝에 홍루몽 완역본(전 6권·나남출판)을 최근 냈다. 최 교수는 책에서 “전문가의 손에 의한 번역본을 독자들에게 내놓아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나라 때인 18세기 중엽 조설근(曹雪芹)이 쓴 홍루몽은 권문세가인 가씨(賈氏) 집안을 무대로 운명적이면서 비극적인 사랑과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이다. 최 교수는 “홍루몽은 중국문화의 정수를 담은 백과사전이자 중국정신을 대표하는 보고(寶庫)다. 그런데 다루는 주제가 워낙 여러 갈래여서 한 가지 시선으로 작품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름이 언급되는 등장인물만 4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작품이다. 이에 번역자들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 주제 등을 요약한 ‘홍루몽 바로보기’를 완역본의 별책으로 내놓았다.

최 교수는 홍루몽’의 여러 주제 가운데 ‘인생무상’을 주요 주제로 꼽으면서 조설근이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쓴 대목을 소개했다. “속세 중에도 즐거운 일이 있기는 하나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미중부족 호사다마(美中不足 好事多魔)’라는 여덟 글자는 이어져 있으니, 순식간에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생기는 법이다. 사람은 변하고 사물도 바뀌니, 결국은 허망한 꿈이며 모든 것은 공(空)으로 돌아간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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