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에서 미디어법 막자” 전략 변경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 민주당 국회 등원 결정

민주 “회기 연장을”… 與 “시간끌기 안돼”
국회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 더 걸릴 듯

민주당이 12일 국회 등원을 전격 결정한 것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국회 내에서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비정규직법 등 현안이 쌓여 있는 데다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농성만 계속하다가는 미디어관계법 저지라는 목표는 물론이고 민심마저 등을 돌릴 것이라는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

무엇보다도 ‘원외투쟁이 오히려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등원의 큰 이유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관계법을 놓고 김 의장이 대화와 타협을 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단 협상하는 태도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미디어관계법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달라는 민주당의 요구에 “일단 상임위원회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종용해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5개 등원 선결조건 요구에 한나라당이 대응하지 않는 상황도 고려한 듯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성과도 없이 농성만 하지 말고 국회에서 부딪치자는 현실론이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15일 여야가 레바논 파병연장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는 국회 본회의에 민주당이 참석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등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한다. 민주당은 15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6월 임시국회를 끝내고 곧바로 3주일가량 임시국회를 새로 열자고 요구했다.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통해 여권을 압박해 국면을 바꾸겠다는 의도다.

한나라당은 강경하다. 민주당의 전격적인 등원 결정도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막기 위한 것이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국회 등원을 거부해 온 것에 대한 사과와 미디어법 표결처리 약속을 국회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 건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한) 등원의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고 민주당의 백기 투항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등원 목적이 뻔한 만큼 민주당 전략에 말려들어 자칫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많다. 당초 생각대로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과 공조해 미디어법안을 처리하고 이번 국회를 끝내자는 의견이 원내지도부의 생각이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를 새로 여는 방식으로 회기를 연장하자는 요청도 거절할 방침이다. 안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연설이나 대정부질문 같은 의사일정은 정상적으로 한 달간 국회가 진행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진정성이 없는 생색내기용 국회 정상화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민주당과의 의사일정 협의 자체는 거부하지 않겠지만 협의대상을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개최로 한정해 불필요한 협상은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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