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근본적 금연 처방 못된다”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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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품서 발암물질 검출
“또다른 중독 가능성” 경고도

전자담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전자담배를 효과적인 금연보조제로 믿고 사용해 온 일부 소비자들의 충격이 크다. 9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전자담배 카트리지 26개를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이 니코틴 함량 표시와 실제 함량이 달라 니코틴 과다흡입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8개 카트리지에서는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5.2∼13ppm 검출됐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흡입할 수 있는 전자기기로 니코틴 용액이 담겨 있는 카트리지, 수증기 상태로 바꿔주는 무화기, 배터리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와는 달리 타르와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지 않다. 또 흡연자가 카트리지의 니코틴 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전자담배 회사들은 “점차 농도를 낮추다 보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전자담배를 입에서 빨았다가 내뱉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붙이는 패치나 씹는 껌과는 비교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전자담배에는 니코틴은 들어 있지만 유해물질인 타르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담배만큼 건강에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게다가 연기를 내뿜을 때 실제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매캐한 냄새가 없어 주변 비흡연자에게 눈총 받을 일도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담배를 끊는 대신 전자담배에 중독될 수 있다”며 중독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장은 “타르 때문에 담배를 못 끊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 때문에 담배를 못 끊는 것”이라며 “흡입하는 니코틴이 약간 줄어들어 금연을 하고 있는 느낌만 들 뿐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니코틴 성분이 들어 있는 금연보조제 중 피부로 흡수하는 패치 형태가 뇌에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늦고 껌과 먹는 약이 그 다음”이라며 “전자담배는 기체 형태로 흡연자의 뇌에 들어가기 때문에 흡연자는 담배를 빠는 것처럼 뇌에서 빠르게 도파민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전자담배의 용량과 규제 기준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전자담배와 유사하게 기체 상태로 흡입하는 니코틴 비강흡입제(nasal inhaler)는 엄격한 용량 기준에 따라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자담배를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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