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1>浸潤之譖과 膚受之愬가 不行焉이…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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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顔淵(안연)’편에서 子張(자장)이 明(명), 곧 통찰력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浸潤은 물이 땅을 차츰 적셔 들어가듯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가는 모습을 말한다. 참은 남에 대해 근거 없이 非難(비난)하는 일이다. 膚受는 피부가 갈라지듯 절박하다는 뜻이다. 단, 정약용은 피부의 병이 차츰 골수로 스며들 듯이 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색,소)는 자기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일이다. 이런 하소연은 너무 절박해서 자칫 실상을 제대로 살피기 어렵게 만든다. 不行은 먹혀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可謂는 ‘가히 ∼라 이를 만하다’이다. 也已矣는 단정의 어조사를 중첩했다.

공자는 바로 이어서 “浸潤之참과 膚受之(색,소)가 不行焉이면 可謂遠也已矣(가위원야이의)니라”고 했다. 물이 차츰 젖어 들어가듯이 하는 헐뜯는 말과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이 행해지지 않는다면 ‘멀리까지 밝게 본다’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덧붙인 말이다.

지도자는 聰明(총명)해야 한다. 聰(총)은 귀가 밝은 것, 明(명)은 눈이 밝은 것이다. ‘서경’ ‘舜典(순전)’에서는 舜임금을 찬양해서 “明四目(명사목), 達四聰(달사총)”이라 했다. 눈으로 사방을 살피고 귀를 사방에 기울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눈이 밝다 해서 아무것이나 다 보고, 귀가 밝다 해서 아무 말이나 다 들어서는 안 된다. 군주가 면류관을 쓴 것은 그 때문이다. 면류관의 앞에는 끈을 늘어뜨리고 주옥을 꿰어, 좋은 것만 골라서 본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 면류관의 양쪽에는 주광을 달아 긴요하지 않은 말은 듣지 않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지금 이 시대의 지도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도 바로 聰明이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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