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살인 1년, 개성 억류 104일… 北의 적반하장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1년 전 오늘 북한 초병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총으로 쏴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신변안전 보장조치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여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박 씨의 남편 방영민 씨는 “북한이 걸린 문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막막한 벽 같다”면서 고통과 슬픔 속에 보낸 1년을 회고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현대아산 직원 A 씨의 억류는 오늘로 104일이 된다. 멀리 떨어진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동족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북한 집권세력의 의식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어제 남북 개성공단 실무접촉이 “남측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결렬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남측이 성실히 응하지 않을 경우 이미 천명한 대로 우리의 결심대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책임을 떠넘기면서 민간인을 인질 삼아 개성공단 근로자 월급 300달러 인상과 토지임대료 5억 달러를 챙기려는 술책이다. 박 씨의 1주기를 하루 앞두고 다시 뻔뻔스럽게 돈을 요구하는 북한 정권이 가증스럽다. 1년 전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박 씨 피살 소식을 보고받고서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면적인 남북대화 재개와 인도적 협력 추진을 제의했다.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남북 관계를 대화를 통해 풀겠다며 손을 내민 것이다. 북한은 박 씨 사건 해결을 위한 정부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핵실험과 무더기 미사일 시험발사로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왔다. 북한이 박 씨 살해사건을 외면하고 A 씨 억류를 오래 끌고 가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박 씨 피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A 씨 억류 이후 개성공단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인도적 문제를 쉽게 양보해서는 안 된다. 통일부가 어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진상 규명 등 3가지 요구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한 것은 당연한 대응이다. 개성공단 협상에서도 ‘선(先)억류 문제 해결’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으뜸가는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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