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지하철 속 스쳐가는 그들, 꿈을 향해 날다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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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라, 잡상인/우승미 지음/264쪽·1만1000원·민음사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무심히 마주치곤 했던 잡상인들. 칫솔, 랜턴, 돗자리, 우산, 추억의 팝송 CD 등 팔지 않는 물건이 없다. 200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우승미 작가의 장편소설은 바로 이런 이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능수능란한 말로 물건을 파는 이들, 어색하게 더듬더듬 제품을 홍보하는 초보자들, 이들에게 물건을 주는 유통업자와 바람잡이들, 혹은 불편한 몸으로 돈을 구걸하고 다니는 장애인들…. 어쩌면 한 번쯤 스쳐지나갔을 법한 이들의 애환이 작가의 구성진 입담 속에 녹아들었다.

주인공 철이는 방송사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지만 변변한 배역을 얻지 못한 채 대학로 극단을 전전하는 무명 신세. 그나마 잘나가는 후배들 물심부름이나 할 만큼 비위가 좋지도 않아 일을 관두고 집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할머니 조지아 여사의 권유로 지하철 잡상인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는 할머니의 소개로 이 바닥에선 누구나 아는 미스터 리에게 장사 방법을 배우게 된다. 업계의 전설과 같은 미스터 리는 특별한 언변이나 상술이 없는데도 지하철 승객들로부터 전폭적인 구매를 끌어낸다. 말 그대로 미스터리같은 존재.

미스터 리에게 받은 조언과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칫솔을 열심히 팔고 다니던 철이는 우연히 같은 칸에서 돈을 구걸하고 있는 임신부 수지와 마주치게 된다. 그녀는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한 칸에 두 명이 동시에 들어서지 않는 것은 업계의 불문율이지만 철이는 왠지 배려심 깊고 순수한 그녀에게 연민과 친근함을 느낀다. 철이는 그녀에게 자신의 바람잡이 역할을 제안하게 되고 만남이 잦아지면서 수지네 집에 얹혀살게 된다.

잡상인계에 좌충우돌 입문한 뒤 사람과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철이는 자신의 꿈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철이가 지하철 객차를 매개로 마주친 사연 많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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