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휘청거리는 선악의 경계…‘내 지하실의 애완동물’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 내 지하실의 애완동물/김나정 지음/267쪽·9500원·문학과지성사

우연히 주워온 잡종 개를 ‘어떻게 선하게 버릴 것인가’를 고민하다 공원에 버린다(‘이것은 개가 아니다’). 길에서 얼어 죽을 뻔한 여자를 데려와 돌보다 성폭행한 뒤 “잃어버린 지갑을 되찾아주고 10%의 보상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 이들의 행동에는 선의와 악의가 불분명하다. 삼계탕을 못 먹고 토했다는 이유로 세 번째로 파양(罷養) 당한 소년(‘주관식 생존 문제’)이나 다락방에서 반쯤 상한 음식을 먹으며 방치된 소녀(‘하멜른’)에게 집은 안온한 공간이 아니다.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비틀즈의 다섯 번째 멤버’가 당선되며 등단한 작가는 이번 첫 소설집에서 지하실, 다락방, 단칸방 같은 우울한 풍경 속에 머무르는 이들의 삶을 통해 선악의 경계,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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