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정부-정치권 ‘쌍용차 한계 상황’ 실험하고 있나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공원에서 쌍용자동차 및 협력업체의 임직원과 그 가족 등 수천 명이 모여 쌍용차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정리해고되지 않은 쪽 직원들의 집회였다. 쌍용차 8년차 생산직 직원의 부인인 이모 씨(36)는 연단에 올라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

“지금 쌍용차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무인도와 같습니다. 남의 집 싸움 구경이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쌍용차와 협력업체 직원 20만 명의 가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더는 버틸 힘이 없습니다. 쌍용차를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연단에서 내려온 이 씨는 흐르는 눈물 때문에 한동안 말을 못했다. 이 씨는 “남편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모습을 더 보지 않게 해 달라”고 흐느꼈다.

딱하기는 파업에 참여한 쪽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쌍용차 노조가 공장 점거 파업에 돌입한 5월 22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의 쌍용차 평택공장에 가서 파업에 참여한 한 근로자의 부인인 권모 씨(35)를 만났다. 권 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매달 실제 받은 돈은 평균 70만 원가량 되는데, 대출금 등을 갚고 나면 한 달에 30만 원으로 네 식구가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씨와 권 씨의 항의는 신기할 정도로 겹치는 곳이 많았다. “우리 남편이 뭘 잘못했는가. 왜 차를 만들고 있어야 할 내 남편이 공장 안팎에서 생경한 구호를 외치고 있는가. 우리는 더는 버틸 수가 없는데 왜 정부는 수수방관하고만 있는가.”

10일은 쌍용차 노조가 공장을 점거한 지 50일째 되는 날이다. 꼬일 대로 꼬인 쌍용차 사태는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평택공장 안팎과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쌍용차 임직원들과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설전에서는 살기(殺氣)마저 느껴진다. 양측의 불신이 극에 이르러 노사가 스스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쌍용차 사태에 대해 무력함을 넘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그저 평택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와 같은 인명 사고가 안 나게 하는 걸 최대 관심사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몇몇 야당 정치인은 고립된 노조를 오히려 부추겨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자기들이 살려고 해야 도와주지”라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할 때라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장에 경찰력을 투입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뭐라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 쌍용차는 ‘특별재난구역’이다.

장강명 산업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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