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현구]MB ‘근원적 처방’의 근원변수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정치권이 비정규직법 문제로 서민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고용주에게는 일대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더욱 자명해졌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략만 판을 친다. 정책과 대안도 없이 때만 놓친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대결만 외친다. 한국 정치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근원적 처방’이란 화두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처방의 근원 변수로 이념 지역 기능 권력 행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보수 대 진보라는 도식적 이념의 대결 구도를 깨야 한다. 다원화된 사회의 정책이념은 사안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표방한 중도(中道) 강화론에서 중도가 단순히 보수와 진보의 완충지대라면 곤란하다. 진정한 의미의 중도정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해 국리민복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용의 치도(治道)여야 한다.

둘째, 지역 패권주의를 탈피할 획기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은 하나같이 지역 감정을 정치적 에너지로 이용했고, 한국 정치는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지역 할당제를 신중히 검토했으면 한다.

셋째, 기능적인 면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하되 합의를 도출할 수 없을 때는 당연히 포용적 다수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만약 다수당의 횡포로 잘못된 결정이 이뤄졌다면 그 결과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그래야 여야 간에 진정한 정책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대의정치나 책임정치의 원리이다.

의사(議事)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일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선거에 의해 여야 정권교체를 경험한 바 있는 민주국가다. 야당은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져야 한다. 거대 여당의 무책임과 무원칙도 문제다. 국회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정치선진화 선언이라도 채택해야 할 상황이다.

넷째, 권력문제에 대한 개헌 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역대 대통령의 비극은 대통령의 권력 비대화와 무관치 않다. 권력형 비리를 막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산과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사실 가장 근원적인 요인은 정치 행위자의 행태이다.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이 문제는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정책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토론을 통해 배워가는 민주적 교육과정을 접하기 어렵다. 그 결과 양보와 타협에 의해 합의를 도출하고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학생들이 ‘팀 과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이 때문이다. 건전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후진 정치의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는 못난 정치에 발목을 잡힐 수는 없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과 통합 그리고 단호함의 정치적 리더십을 주문하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그야말로 근원적 처방이 될 역사적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항상 때와 더불어 모든 것이 행해진다(與時偕行)’고 했다. 때를 잃지 않아야 그 도가 밝아진다.

김현구 성균관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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