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티븐 앤더슨 에이콘컨설팅 대표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관리회계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스티븐 앤더슨 에이콘컨설팅 대표가 불황기 기업들의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훈석 기자
관리회계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스티븐 앤더슨 에이콘컨설팅 대표가 불황기 기업들의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훈석 기자
“제품 질 낮추는 원가절감 무조건 허리띠 졸라매기 불황일수록 금물입니다”

“불황기에 무조건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납품업체와의 관계개선이나 투입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업무를 찾아내야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관리회계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인 스티븐 앤더슨 에이콘컨설팅 대표가 한국 기업에 던진 충고다. 지난달 말 포럼 참석차 내한한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불황을 극복하려면 단순한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적인 경영 석학 로버트 캐플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시간 중심 활동 기준 원가계산법(TDABC)’이라는 경영 혁신 방법론을 개발해 명성을 얻었다.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에 매달리지만 복리후생비나 사무용품 절약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비용절감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면 고객 만족도와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복리후생비를 줄이면 조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집니다. 고객만족도나 조직원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비용절감 방안이 바로 납품업체와의 협상입니다.

영국의 식품 업체인 컨트리푸드는 12개의 주요 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및 크로거와의 거래를 제외하면 다른 업체가 가져다주는 수익성은 매우 미미했습니다. 컨트리푸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유통업체와의 거래를 끊었습니다. 또 월마트와 크로거에 집중하기로 하고 두 업체에 공급하는 식품 가격은 오히려 낮췄습니다. 제품 단가가 하락했지만 컨트리푸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늘었습니다. 가격 할인에 따른 손실을 유통비 절감을 통해 메웠고, 월마트와 크로거에는 더 많은 양을 납품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른 비용절감 방안은 없을까요.

“공장 관리비를 줄여 성과를 거둔 기업도 있습니다. 46개의 공장을 보유했던 미국의 철강 제조업체 TW메탈은 수익성이 높은 생산 라인을 다른 라인과 통합하는 형식으로 공장을 28개로 줄였습니다. 매출이 늘지 않았지만 공장 유지비가 대폭 줄어 수익성이 훨씬 개선됐습니다. 고객 이탈도 없었습니다. 물류나 유통 효율을 높이는 일도 중요합니다.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한 우유회사는 미국 전역에 개별 창고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한 물류비 지출이 워낙 커서 우유 공급단가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에 맞먹는 비효율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미니애폴리스에 중앙 창고를 짓고 물류를 일원화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이 TDABC(Time Driven Activity Based Costing)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TDABC가 어떤 면에서 기업의 성과에 도움을 줍니까.

“TDABC의 핵심은 투입 ‘비용’만 고려하지 말고 투입 ‘시간’에 비해 효과가 적은 업무를 찾아내 최대한의 비용절감을 이뤄내라는 것입니다. 시간은 돈입니다. 동일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비용 절감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를 반복적으로 적용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간에 비해 효과가 적은 업무를 찾아내 기업경쟁력을 유지한 사례가 있습니까.

“화학제품을 포장하는 한 기업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회사가 제품 한 개를 포장할 때 드는 비용은 1달러로 동일합니다. 이때 일반용기에 제품을 담아 포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이고, 고객이 특별주문한 용기에 담을 때에는 1분이 걸립니다. 기존 계산법을 이용하면 개당 포장 원가가 1달러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시간이란 변수까지 감안하면 일반용기의 분당 소요 비용은 0.5달러, 특수용기는 1달러입니다. 이 때문에 특수용기 포장 서비스를 없애야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스티븐 앤더슨 대표는

앤더슨 대표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매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컨설팅회사 에이콘을 설립했다. 스승이자 균형성과표(BSC)의 창시자이기도 한 로버트 캐플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TDABC를 개발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7호(2009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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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Innovation/채석장에서 지상낙원으로, 부차트 가든

석회암 채석장을 개발하고 남은 황무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빅토리아 시 인근에는 석회암 광산지역을 정원으로 개발해 세계적 관광지가 된 ‘부차트 가든’이 있다.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희귀하고 이국적인 관목, 나무, 각종 식물을 들여와 만든 이 정원에는 매년 130만 명이 찾아오고, 연 매출은 200억 원에 달한다.

▼史記의 리더십/武 임금도 쇼를 했다, 인재를 얻으려고…

개혁에 나설 정치적 기반이 없었던 중국 상나라의 임금 무정은 ‘쇼’를 하여 신하들을 설득해 원하는 인재를 기용했다. 그는 노예 신분이던 열을 데려오기 위해 신탁을 받은 것처럼 꾸며 기득권을 가진 대신들을 자연스럽게 설득했다. 리더에게는 학연과 지연을 넘어 훌륭한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심지어 쇼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Academia & Business/미국에서 배우는 신뉴딜 성공 비결

한국 정부는 현재 지방과 중소기업에 대한 우선 혜택, 인턴십을 통한 일자리 창출, 4대강 살리기, 녹색뉴딜 정책 등으로 경제 위기를 타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경쟁력 향상보다는 정치적 온정주의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은 교통 인프라 개선, 의료 기록 디지털화, 공공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뉴딜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A.T. Kearney Report/고객 에너지, 도약을 위한 힘

기업은 제품 개발에서 생산, 유통에 이르는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 ‘온라인 고객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은 에너지 수준에 따라 △인터넷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조자’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진 않지만 적절한 코멘트를 남기는 ‘공헌자’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유대가 상대적으로 약한 ‘구경꾼’으로 세분화된다.

▼Harvard Business Review/美 금융의 몰락, 이후

금융위기가 끝난 2013년 세계 경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와 달러화가 그동안 차지했던 독보적 위치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보다 다른 나라에 더욱 큰 피해를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위치는 굳건할 것이다. 미국의 소비가 줄면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서유럽은 동유럽에 빌려준 과도한 대출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도 나타나기 어렵다.


- 경영지식의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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