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위험한 전략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기업의 임직원은 최고경영자(CEO)가 내린 결정에 섣불리 반대하지 못한다. 속으로는 반대하더라도 겉으로는 찬성하는, 이른바 ‘예스맨’이 될 때가 많다. 이런 임직원의 태도로 인해 조직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저자들은 경고한다. 삽화 제공 흐름출판
기업의 임직원은 최고경영자(CEO)가 내린 결정에 섣불리 반대하지 못한다. 속으로는 반대하더라도 겉으로는 찬성하는, 이른바 ‘예스맨’이 될 때가 많다. 이런 임직원의 태도로 인해 조직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저자들은 경고한다. 삽화 제공 흐름출판
그 많던 기업들… 왜 한순간에 무너졌을까
춘카 무이, 폴 캐롤 지음·이진원 옮김/384쪽·1만5000원·흐름출판

실패 없이 성공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 실패학의 대가인 하타무라 요타로 전 도쿄대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실패는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이라고 강조한다. 실패는 진정한 기술의 진보를 위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며 심지어 필요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혼다자동차를 세운 혼다 소이치로는 사내에 실패상을 두어 독창적인 기술 개발을 독려했다고 한다. 실패의 중요성을 말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고 교훈 삼아 더 큰 성공의 거울로 삼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며칠 전부터 사이버테러가 청와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주요 국가기관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키거나 다운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법이 워낙 치밀하고 집요해 사이버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철저히 분석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부 공공기관 사이트는 과거에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철저히 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패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한 결과다.

기업 경영도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년 전 인수했던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당시엔 재계 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오르고 조만간 건설업계 1위가 된다는 식의 찬사가 나왔지만 결국 ‘승자의 독배’가 되고 말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외환위기 이후에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대한통운 대우건설 등 덩치 큰 기업을 잇달아 매입하다가 또다시 자금난에 봉착한 것이다.

기업인들은 자기 기업만이 특별한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비슷한 실패를 되풀이한다. 1991년 이리듐 위성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모토롤라와 1995년 위성전화 서비스를 설립했다가 청산한 SK텔레콤은 국적은 다르지만 실패의 원인은 같았다.

경영컨설턴트인 저자들은 25년간 750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으로 정리했다. 그 결과 기업이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실패 패턴 7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똑똑한 기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위험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합병의 혜택을 과대평가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환상’이다. 합병이 성공할 확률은 의외로 낮다. 둘째는 부실을 덮기 위한 첨단 금융기법의 덫이고 셋째는 맹목적인 기업쇼핑이다. 그 다음으로는 변화를 거부하고 주력사업을 고수하거나 내실 없는 인접사업에 진출하기, 첨단기술에 몰입하기, 무모한 몸집 불리기 등이다.

그렇다면 똑똑한 사람들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저자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평가하기 전에 어설프게 결론을 내리기 쉽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실수에서 배우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한다. “경영자는 칭찬을 받으면 좋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오히려 상반된 의견을 듣고 토론을 나누고 여러 대안을 모두 고려해야 제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의사 결정의 첫 번째 규칙은 반대의견이 없으면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10분 후, 10개월 후, 10년 후의 나는?▼
텐-텐-텐(10-10-10)/수지 웰치 지음·배유정 옮김/336쪽·1만3800원·북하우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부인인 저자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앞둔 현대인들에게 ‘텐텐텐’ 법칙을 제안한다. 10분 후, 10개월 후, 10년 후의 결과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저자는 ‘직장에 복귀할 것인가’라는 딜레마를 해소한 주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시카고에 사는 그웬은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제약회사 영업직을 그만뒀다. 그는 텐텐텐 법칙에 따라 미래를 예상해 봤다. 집에 있는다면 단기적으론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바쁠 것이고, 10년 후에는 직장에 복귀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10개월 후를 예상하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새미가 첫 골을 넣을 때, 엠마가 첫 플루트 연주회를 할 때 내가 함께할 수 있다는 거죠. 한 가지 꿈을 포기하는 대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집불통’ 루이비통… 명품의 비밀▼
루이비통의 법칙/나가사와 신야 지음·이민영 옮김/272쪽·1만5000원·행간

루이비통이 어떻게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일본 와세다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저자는 루이비통의 전략을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에 브랜드(Brand)를 더한 ‘4P+1B’의 틀로 분석했다. 루이비통은 장인들이 직접 가죽을 자르고, 징을 박고, 바느질을 해서 만드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다 8번의 검사 과정을 거침으로써 제품의 품질을 유지한다. 가격 정책에서 볼 때 루이비통은 세일 판매를 하지 않는다. 세트로 묶어 할인 판매를 하거나 사은품을 주지도 않는다. 판매 장소 선택에도 신중하다. 저자는 “루이비통은 최고 조건의 입지를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일본에선 루이비통이 입점함으로써 그 거리가 명품 매장의 거리로 탈바꿈했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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