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 ‘바짓바람’에 학교가 즐겁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21시 53분


10일 저녁 7시. 서울 중랑구 신현초등학교 운동장이 떠들썩해졌다. 주말을 앞두고 조용해져야할 금요일 저녁이지만 학교 운동장은 여행이라도 떠날듯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 가족들로 가득 찼다. 70여 명의 학생들은 아버지들과 함께 운동장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곧 갖가지 색깔의 텐트가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신현초등학교 아버지회가 주관한 1박2일 추억만들기 캠프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번 캠프에는 63 가족이 참여했다.

두 달 전 결성된 신현초등학교 아버지회는 10명의 아버지들이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들은 한달에 한번씩 모여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고 학교에 건의할 사항을 의논한다. 쉬는 토요일에는 주로 등산, 체육대회, 캠프 등 가족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학년에 다니는 쌍둥이 아들들의 아버지 양종희 씨(49)는 "아이를 늦게 낳았는데 아버지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아버지들의 참여를 가장 반기는 곳은 학교다. 신현초등학교 김영숙 교감은 "5월에 치렀던 체육대회에서는 아버지들이 진행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기구까지 날랐다"며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또 "아이들이 아버지와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버지회 활동 덕에 가족에서 아버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선 학교에서 아버지회는 최근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신사동 신사중학교는 5월 아버지회 회원 21명을 초청해 직업 특강을 열었다. 기업 CEO, 의사, 법조인, 디자이너, 대학교수, 제과제빵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버지들이 교실을 찾아 직업의 특성과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등을 들려줬다.

이날 강연에 참석했던 황규형 엑스로드 대표이사는 "아이들 교육이 대부분 어머니 관점으로 이뤄지는데 아버지 생각과는 다른 부분도 많이 있다"며 "아들이 과외를 좀 줄이고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회에서 만난 다른 아버지들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아들이 아버지가 학교에 오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한다"며 "내년에도 직업특강 기회가 있으면 꼭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유영환 장학관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최우선인 만큼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버지들이 아이의 주 생활공간인 학교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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