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은 구리시 왕숙천 풍경

  • 입력 2009년 7월 10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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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도 구리시에만 197.5mm의 비가 쏟아졌다.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붓자 기상청은 호우경보를 내렸다. 도로가 유실되고 인근 하천들이 범람하면서 한 4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기도 했다.

구리시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상왕(上王)으로 있을 때 8일을 머물렀다고 해 붙여진 ‘왕숙천’이 있다. 왕숙천은 포천시, 남양주시 그리고 구리시를 흐르는 하천이다.

지역N의 한 독자는 “비가 그친 뒤 동네를 한바퀴 돌아봤다”면서 “왕숙천 둔치를 둘러보니 그야말로 폭탄맞은 것과 흡사한 모습이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위 사진은 왕숙천이 범람했다가 물이 빠질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붕어들 수 백마리가 하천 풀밭에 널부러진 채 있는 모습이다.

독자가 메일로 보내온 사진을 그대로 소개한다.

장맛비가 지나가고 나면 이처럼 붕어들이 남는다는 그 특성을 잘 아는 인근 주민들이 저마다 뜰채나 비닐봉지, 자루 등을 가져와 수북히 담아갔다.

깊은 산 속에서 산삼을 찾은 듯 붕어를 담아가는 한 주민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또 다른 주민은 왕숙천 둔치의 주차장에서 자라를 잡고는 약을 해서 먹을거라며 좋아한다.

왕숙천 인근 화장실 안쪽에까지 물이 들어와 있다.

왕숙천 둔치는 무단 취사가 불법이지만 장맛비가 휩쓸고간 자리에는 이같이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가득 차게 된다. 무단 취사를 하며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물에 둥둥 떠 내려온 것이다.

빗물에 떠 내려온 건 비단 쓰레기 뿐만이 아니다. 비디오 카메라가 든 가방도 있다. 가정집에 물이 들어 차면서 내려온 건지 영상을 담으려던 기자가 취재를 하다가 가방을 놓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기 드문 모습이다.

무선 마이크까지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언론사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왜 떠내려 오게 됐는지 궁금할 뿐이다.

독자는 “가방 열어보는 것이 두려웠다. 오래전 비온 뒤 학생들 가방 같은 것을 주운 적이 있는데 그 안에서 뱀이 나와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기자 kim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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