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스물여섯 늦깍이 선발…삼성 이우선의 울퉁불퉁 인생스토리

  • 입력 2009년 7월 10일 08시 23분


삼성 이우선(26). 스물여섯 늦은 나이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신고선수다. 야구를 시작한 것도, 구단에 입단한 것도 남들보다 한발 아니, 두세발 늦었다. 손꼽아 기다렸던 프로 지명도 3번이나 빗나갔다. 그러나 그는 이제 당당한 선발투수다.

기량 한번 선보이지 못하고 흘러버린 시간이 억울할 만도 한데 그는 “인생에 3번 온다는 기회가 이제 온 것뿐”이라고 웃었다. 오히려 “그래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우선이 이토록 당당할 수 있는 건 시련이 찾아와도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을 창대하게 하기 위해 볼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던지고 있다.

○선동열 감독 불펜 피칭 한번 보고 “선발로 올라갓!”

6월 2일 오전 8시, 이우선은 휴대전화 벨소리에 잠을 깼다. 정식선수로 계약하자는 구단 관계자의 전화였다. 순간 머리 한대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자신은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신고선수 신분. 제대를 늦게 하는 바람에 지난해 12월 마무리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은 물론 1군 코칭스태프에게조차 기량을 선보일 기회가 없었으니 “1군에 합류하기 위해 광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겨우 실감했다”는 그의 말이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어깨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안지만 대신이라고 하지만 선 감독은 이우선의 불펜 피칭을 단 한번 본 후 덜컥 선발을 맡겼다. 6월 11일 문학 SK전, 이우선은 겁이 났다.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해봐도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까지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그를 지탱해준 건 ‘밑져야 본전’이라는 소신.

4.1이닝 3실점.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선 감독은 합격점을 줬다. 믿음에 보답하듯 이우선은 4번째 선발출격이었던 6월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첫 승을 거뒀다.

이날의 승리는 이우선에게 있어 어느 것보다 값졌다. 프로 데뷔 후 첫 승이라는 타이틀보다, 혹 신경 쓸까 아들에게 아픈 것도 숨겨온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심장이 좋지 않아서 한달 전부터 약물치료를 받고 계세요. 그동안 저한테 비밀로 하다가 첫 승 올린 날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이 ‘아들이 잘 돼서 갑자기 긴장이 풀린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

○사춘기 부모님 이혼 시련…날 잡아준 건 야구였다

얄궂게도 이우선의 야구인생은 늘 이랬다. 그가 야구를 선택할 때마다 늘 시련이 찾아왔다. 이우선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당시 인천 대헌중 야구부 감독이었던 이모부의 강력한 추천으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KIA 이종범과 삼성 선동열 감독을 좋아했다는 이우선은 순식간에 야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야구를 시작한지 2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짜릿함도 맛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날 이우선은 부모님의 이혼소식을 들어야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날아든 비보. 겉잡을 수 없이 방황했지만 그의 일탈을 막아준 건 다름 아닌 야구였다.

“그 당시에는 ‘왜 하필이면 이날이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음만 먹으면 비뚤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야구 때문에 한눈을 팔 수 없었죠.”

이우선은 자신의 꿈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어머니와 두 누나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다 잡을 수밖에 없었다. 운동이라는 건 돈이 들게 마련.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음에도 어머니는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며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이우선은 그때 “야구선수로 꼭 성공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3번의 미지명…그때 처음 야구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안산공고 3학년 때 체격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프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후 성균관대로 진학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지만 또 다시 프로 지명을 못 받았다.

2번의 고배. 그래도 이우선은 딱 하루만 허탈해했다. “어차피 프로에 가도 1-2년 뒤에 군 복무는 해야 하니까 상무에서 잘 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상무에서도 이우선의 프로 입단 꿈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상무에 입단한 첫 해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고, 결국 3번 미지명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때 처음으로 야구를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야구가 이우선의 발목을 잡았다. 2008년 8월 18일 경산에서 열린 삼성 2군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한 이우선은 완봉승을 거뒀고, 삼성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 신고선수 자격으로 프로구단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4이닝 전문투수라고? 한번 잡은 기회는 안 놓친다

남들은 쉽게도 오는 길을 참 멀리 빙 둘러서 왔다. 그러나 이우선은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시련이 없었으면 기회가 왔을 때 절실함을 못 느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행복하면 웃는데 저 같은 경우는 웃어야 행복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스스로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았더니 정말 좋은 날이 오네요.”

물론 이우선이 풀어야할 숙제는 아직 많다. 선발등판한 5경기 중 5이닝을 채운 건 단 1경기에 불과하다. 벌써 ‘4이닝 전문투수’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신고선수가 저 정도면 잘 하는 것”이라고 선 감독은 평가했지만 이우선은 이런 시선 때문에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개인성적을 올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안)지만이가 올라오면 제가 중간계투로 이동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지금 선발이잖아요. 신고선수의 성공신화를 쓰고 싶다기보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니까요. 이 행복을 오래 지키고 싶어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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