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사이버테러 자초한 측면있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1999년, 2003년 ‘대란’ 겪고도 대책없이 있다가 본보기로 당해”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사진)가 “이번 사이버 테러는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사이버 테러의 대상이 전 세계 불특정 다수에서 특정 국가 및 정부, 특정 회사로 바뀔 것이므로 앞으로라도 우리 스스로 보안 기술과 조직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9일 강조했다.

연수차 미국 시애틀에 가 있는 안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blog.ahnlab.com/ahnlab/660)를 통해 “우리나라는 1999년 CIH(체르노빌) 바이러스 대란, 2003년 인터넷 대란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피해가 큰 나라가 됐지만 사고 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대책 없이 있다가 결국 본보기로 당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이버 테러 양상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에 맞춰 자체적인 기술과 인력을 키워야 하고 누리꾼 역시 자발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앞으로 특정 국가, 정부를 노리는 사이버 테러가 빈번해질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용병에게 맡길 수 없듯 우리나라 자체적 기술·조직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는 대형 컴퓨터가 해킹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개인용 컴퓨터가 해킹 대상”이라며 “특정 기술자, 기관은 역부족이고 전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올 5월 29일 연설을 통해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약속하고 6월 27일에는 러시아와 공조 방안을 협의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이) 15년간 보안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겪은 최악의 사이버테러”라며 “감염PC의 규모도 파악되지 않았고 피해 규모가 1999년 CIH바이러스 사건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앞으로 PC뿐 아니라 인터넷TV(IPTV), 인터넷전화도 바이러스와 해킹 공격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번이 우리 사회가 보안 인프라를 갖출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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