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한나라-선진당 연대?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이회창 총재 “공조 틀 위에서 입각 좋다”
내부선 “한나라 2중대 우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최근 정부 여당과의 정책 공조를 전제로 한 선진당 의원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선진당의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이 총재가 정치적인 연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지만 성급한 관측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총재는 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진당 인사의 입각설과 관련해 “(정부 여당과) 정책 목표와 정치 상황에서 연대하고 공조한다면 그 틀 위에서 총리나 장관 하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연대 없이 한두 사람 빼가는 식은 유쾌하지 못하다”며 “정권이 우리 당 사람을 기용하면 (선진당이) 제2의 한나라당이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날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선 “한나라당과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가능하고 보수적 가치의 정책공조는 할 수 있다”면서도 “당의 노선 자체가 같이 가는 연대는 총리와 장관 몇 사람을 기화로 나올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연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최근 선진당의 정책을 적극 수용하며 ‘러브 콜’을 보내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미디어관계법과 비정규직법 논의 과정에서 선진당 안을 수용했고 이 총재가 내놓은 ‘비정규직특위 설치’ 제안도 받아들였다. 또 세종시특별법의 경우 선진당 요구를 대부분 반영해 법안소위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충청권 차기 총리로 선진당 심대평 대표는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진당이 말하는 정치적 연대로까지 발전하기가 당장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당내에선 여권 쇄신에 이용당하고 ‘한나라당 2중대’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 총재는 입각 가능성보다는 연대에 무게를 두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호 의원은 “정권 초기에 ‘심대평 총리설’이 나왔을 때부터 공식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얘기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입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선진당이 총리 카드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연대와 공조’를 내세워 여권과 대등한 관계에서 정국을 주도해 나가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진당 관계자는 “총리 카드를 받기 위해선 여권이 국정의 절반을 맡기는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진당 내에서는 충청권에 한정된 당 기반을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통해 수도권 등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전국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정계 개편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우리 당이 추진하는 ‘강소국연방제’ 개헌에 여권이 동조할 경우 큰 틀의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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