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영화 대사없고 짧아진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온라인 동영상시대 맞아 변신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영화의 대본을 기다리곤 했어요. 늘 진지하게 제 연기를 준비하곤 했었죠.”

2006년 영화 ‘플래시’에 출연했던 사바나 샘슨(예명) 씨는 유명한 포르노 영화배우다. 그러나 그녀는 요즘엔 대본을 기다릴 이유가 없어졌다. 온라인 동영상 시대를 맞아 포르노 영화가 대사나 줄거리가 거의 없이 온라인에 쉽게 올릴 수 있는 짧은 단편 영상 위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8일 포르노 영화 산업은 예전에도 줄거리나 대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인터넷 동영상이 발달한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고 보도했다. 포르노 영화계의 대형 제작사인 ‘비비드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제작하는 60편 중 절반이 온라인에 쉽게 올릴 수 있도록 줄거리가 느슨하게 연결된 짧은 시리즈물이다. 3년 전만 해도 비비드가 만든 포르노 영화의 대부분은 줄거리가 있는 장편들이었다. 비비드의 스티븐 허시 회장은 “인터넷에서는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이 3분에서 5분 정도”라며 “포르노 영화도 이런 추세에 맞춰 변신 중”이라고 말했다.

포르노 영화 산업의 대본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포르노 산업이 처음 시작된 1970년대 초엔 섹스 장면을 찍기 위해 줄거리가 들어가는 작품이 많았다. 1980년대 촬영 카메라 장비가격이 크게 떨어짐에 따라 포르노 제작사가 급증하면서 피자배달부가 등장하는 진부한 줄거리의 값싼 포르노가 크게 유행했다. 그러다 DVD 붐이 불어닥친 1990년대에는 특수효과까지 갖춘 영화 같은 작품이 등장했다. 완벽한 줄거리를 갖춘 포르노 영화는 여성까지 시청자로 끌어들였다. 2005년 출시된 영화 ‘해적’엔 100만 달러(약 128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후편에는 8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포르노 영화 평균 제작비가 2만500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그러나 인터넷 동영상이 유행하자 DVD의 인기는 곧 시들해졌다. AVN 미디어 네트워크의 폴 피시바인 회장은 미국에서 포르노 DVD 판매 및 대여 매출액은 2006년 36억2000만 달러에 이르렀지만 최근엔 50%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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