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욱]아이스쇼서 되레 김연아 쫓아낸 극성팬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국내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외국에서도 유명하다. 외국 피겨 선수들은 “한국 팬은 세계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의례적인 말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열광적인 응원 세리머니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피겨 문화가 생긴 데는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의 힘이 크다. 김연아는 많은 팬을 갖고 있다. 이런 관심을 김연아는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때로는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는 8일 피겨 전문 사이트에 “연아가 다음 달 1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삼성 애니콜 하우젠 아이스 올스타즈’를 끝으로 다른 아이스쇼 무대에 서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갑작스럽다. 짧은 글이지만 작심한 듯했다. 왜 이런 글을 올렸을까.

문제는 이번 아이스쇼를 앞두고 일부 팬의 극성스러운 반응에서 비롯됐다. 아이스쇼 홈페이지에 나오는 김연아와 다른 출연진의 사진 배치를 둘러싸고 항의 글이 쏟아졌다. 뒤늦게 섭외된 한 선수의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는 악의적인 글이 올라왔다.

팬들의 항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연아의 갈라 프로그램에 맞춰 직접 노래를 부르기로 한 여성 듀오에 대해 ‘격이 맞지 않는다’며 반대 운동을 했다. 글을 올린 김연아 어머니에게도 경솔한 행동이라며 질타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쯤 되면 김연아를 좋아하는 순수한 팬들의 행동으로 보긴 힘들다. 애정이 과하면 집착이 된다. 집착은 김연아 본인은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대부분의 팬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일부 극성팬은 김연아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가 나오면 해당 언론사의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를 한다. 라이벌 선수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한 피겨 관계자는 “김연아에 대한 발언은 하지 않겠다. 잘못 받아들여지면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연아는 일부 극성팬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 왔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의 글에서 느껴지듯 김연아의 속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김연아에 대한 관심은 그에게 힘이 되지만 집착은 부담이 된다. 김연아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8개월 남겨 뒀다. 일부 팬의 집착이 김연아의 메달 전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진정한 팬이라면 피겨여왕의 마음부터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김동욱 스포츠레저부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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