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하계리그 동의대 ‘눈물의 우승’ “저 하늘 감독님께…” 빈손 헹가래

  • 입력 2009년 7월 9일 08시 27분


지난 4일 조성옥 감독 간암 별세 눈감기 전 코치 불러 “팀을 부탁”

우승 확정 직후 동의대 선수들은 무릎을 꿇었다. 눈을 감고 묵념을 드렸다. 정작 두 팔 벌려 하늘을 나는 감독은 없는데 헹가래 동작만 취했다.

지난 4일 간암으로 별세한 은사 고(故) 조성옥 감독을 떠올리면서. 선수들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됐다.

동의대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 결승에서 성균관대를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춘계리그에 이어 2연패. 리그 통합우승은 2004년 단국대 이후 5년만이다. 춘계리그는 故 조 감독이 지휘한 마지막 대회였다.

동의대는 선발 문광은의 7이닝 2안타 무4사구 1실점(비자책) 역투 속에, 4회 1사 1,2루에서 상대 2루수와 투수의 연속 실책에 편승해 얻어낸 2득점을 끝까지 지켜냈다. 문광은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고, 결승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에 성공한 윤지웅이 우수 투수상을 받았다. 故 조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다.

동의대 이상번 코치는 전화통화에서 “감독님과의 약속을 지켜서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하다”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조 감독이 4월 병상에 누웠을 때, 23년 지기인 이 코치를 불러 “팀을 부탁한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이 코치는 우승을 맹세했다.

우승 비결로 이 코치는 “선수들이 (故 조 감독을 위해) 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투수 두 명이 잘 해줬다”라고 밝혔다.

동의대 선수들은 4일 8강전을 치른 직후, 조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 4강전과 결승전을 갖는 강행군 속에서도 우승 투혼을 불살랐다.

이 코치는 1988년 롯데 선수 시절부터 故 조 감독과 인연을 이어왔다. 故 조 감독이 부산고 재임 시절 추신수, 정근우 등을 키울 때부터 곁에서 보좌했고 동의대까지 함께 했다.

우승의 경사를 해내고도 이 코치는 어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일 모든 선수가 조 감독님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경남 양산 납골당부터 찾아가 우승기를 바칠 것이다. 그리고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故 조 감독의 유고로 공석이 된 동의대 후임 감독으로도 이 코치가 내정된 상태다. 이 코치는 “조 감독님 49재를 마친 뒤 정식 취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