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밸리 사람들/<8>표준과학연구원 방건웅 박사

  • 입력 2009년 7월 9일 0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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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는 차세대 성장동력”

전자파 대신 氣나오는 TV
목소리로 건강 체크 휴대전화
“과학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세상을 바꾸는 성과 이끌 수 있죠”

“1987년 5월 6일 중국 다싱안링(大興安嶺)산맥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길 띠만 18km로 해방 후 최대였다. 중국 정부는 5만 명을 동원하고 공군기까지 띄워 인공강우를 시도했지만 진화에 실패했다. 뒤늦게 정부의 요청을 받은 기공사 옌신(嚴新)이 ‘강우 발공’에 들어간 지 이틀만인 18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점차 장대비로 변하더니 지척을 분간할 수 없게 사흘 밤낮을 내리 쏟아졌다. 20일 오전 11시 산불은 완전히 꺼졌다. 하지만 기공사에게 강우를 부탁했다는 사실이 국가 공신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 중국 정부는 26일에서야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발표했다. 초대형 화재는 산림지역 사업원과 산림경찰, 인민해방군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0일 만에 완전 진화됐다.”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중국 기공사 옌신의 일화를 담은 ‘초인 엄신’의 일부분이다. 무협지의 한 장면 같은 얘기지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건웅 박사(58·국가표준참조센터장)는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옌신의 기공은 과학적으로 많이 연구돼 있어요. 중국 칭화대에서 원자핵을 가르치는 루쭈인(陸祖陰) 교수는 그의 기공 실험 데이터를 모은 책 ‘과학적 기공 탐구’를 영문으로 펴냈죠.”

서울대 공대(금속공학)를 나와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뒤 표준연구원에서 금속재료, 신재생에너지 등을 연구해온 방 박사는 대학시절부터 ‘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시절 서울 청계천 헌책방에서 우연히 ‘단전호흡의 비밀’이라는 책을 발견했는데 충격이었어요. 그때까지 아랫배에는 장기만 있는 줄 알았거든요.” 1984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당시 유행하던 김정빈의 ‘단(丹)’이라는 소설을 읽고 봉우선생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1995년부터는 직접 호흡수련을 시작했고 더불어 다도와 단식, 채식생활 등을 하면서 수행의 깊이를 다지고 있다.

“원자핵 주변에는 전자가 돌고 있어요. 하지만 전자가 일정한 힘을 유지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지 아직 몰라요. 여러 가설 가운데 하나는 기운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에너지를 모은다는 거지요.”

‘기는 있다’는 방 박사의 설명이다. 기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직접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그는 많은 연구 끝에 “기는 정보가 담긴 에너지”라고 정의했다. “서양은 에너지를 강약(세기)과 양으로만 봅니다. 하지만 동양은 정보와 질로 접근하죠. 정보이기 때문에 의지가 영향을 미칩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에너지의 질을 뜻하죠.”

기는 간접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기공수련자와 기공사의 발공을 받은 사람의 인체 내면 변화를 관찰하면 된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옌신의 발공이 사물에 변화를 가져오는 실험을 한 뒤 학술논문으로 발표했다. ‘물질의 혁신과 기술’이라는 학술지의 편집장인 필라델피아주립대 러스텀 로이 석좌교수는 이 논문을 실으면서 이렇게 소개했다. “논문의 결과나 주장의 타당성을 편집진이 증명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학술지에 실린 논문처럼 사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결과가 정확하다면 혁신적인 발견이 절실히 요구되는 기초과학계에서 중요한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것이다.”

방 박사는 기가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체에너지를 지금은 태양이나 바람(풍력) 등에서 찾지요. 하지만 공간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져요. 전자파 대신 기가 나오는 TV, 목소리로 건강을 체크해주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하지만 그는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 2000년 산업자원부의 ‘차세대 미래 원천 기술 개발사업’에 기를 활용한 ‘생체에너지 응용기술’을 제안해 후보 과제로 선정받았지만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 그는 이 때문에 1000여 쪽의 두 권짜리 저서 ‘기가 세상을 움직인다’를 펴냈다.

“중국은 파룬궁(法輪功) 사태 이후 주춤하지만 의학 분야에서는 기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기의 연구가 활발하죠. 국내 과학계가 기를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연구의 대상에 집착하기 때문이에요. 접근 방법이 과학적이면 대상이 무엇이든 관계가 없는데 말이죠. 과학이 보이는 영역(가시권)에만 머물면 세상을 바꿀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어요.”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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