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통영 ‘윤이상국제음악당’ 대폭 축소

  • 입력 2009년 7월 9일 06시 59분


“오랜 준비가 물거품이 됐습니다.”

예향(藝鄕)이자 미항(美港)인 경남 통영시에 들어설 예정이던 ‘윤이상국제음악당’의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명칭마저 바뀌자 지역 예술인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경남도와 통영시는 2003년부터 통영항에 호주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세계적인 음악당을 짓기로 하고 준비해 왔다.

○ 사업비 3분의 1로 축소

통영시는 최근 “국비와 도비 추가 확보가 어렵고 사업시행이 계속 늦어지는 등 어려움이 많아 이미 마련된 재원으로 음악당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확보된 재원은 국비 240억 원과 지방비 240억 원 등 480억 원이다. 통영시는 도남동 현 충무관광호텔 터 3만3058m²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4377m²의 음악당을 내년 착공해 2012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건립 예정 터는 2007년 통영시가 152억 원에 매입했다.

음악당에는 1300석의 콘서트홀과 300석의 리사이틀홀, 세미나실을 겸한 리허설룸, 연습실, 전시실, 분장실 등이 갖춰진다. 다음 달 조달청에 입찰을 의뢰하고 현장설명회를 여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진의장 통영시장은 2007년 “통영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인 윤이상 선생(1917∼1995)을 기리기 위한 최고 수준의 음악당을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당초 계획에서 1000억 원을 추가한 1480억 원으로 2013년 사업을 마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정부와 경남도에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설계 의뢰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인 미국의 프랭크 게리 씨를 두 차례나 만났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지난해 10월 경남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윤이상국제음악당을 ‘경남 브랜드마케팅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한 타당성 검토에 2년 이상 걸리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 지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통영시 관계자는 “이미 확보된 음악당 건립 예산 480억 원마저 반납 위기에 놓인 데다 음악당과 연계한 인근 도남관광단지의 민간자본 유치도 무산될 처지여서 사업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 명칭은 ‘통영국제음악당’

그동안 ‘윤이상국제음악당’으로 불렸던 이름 역시 ‘통영국제음악당’으로 바뀐다. 통영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명칭 변경 신청을 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정리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시 관계자는 “일부에서 시대 흐름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당 건립 목적 중 하나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성장한 ‘통영국제음악제(TIMF)’의 원활한 개최였다”며 “명칭을 통일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통영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영시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명칭을 ‘윤이상국제음악당’으로 짓기 위해 윤 선생 유족과 협의하는 등 정성을 들였다. 특히 보수단체에서 윤 선생을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내자 진 시장이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역 예술계에서는 “음악당 전체 이름이 아니더라도 ‘윤이상홀’ 등은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윤이상국제음악당 추진 경과:

2003년 4월 경남도와 토지공사, 윤이상국제음악당 건립 계획 발표

2004년 3월 윤이상국제음악당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05년 2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약 해지

7월 윤이상국제음악당 건립 국책사업으로 전환

2006년 1월 정부, 윤이상국제음악당 설계용역비 10억 원 배정

2007년 6월 통영시, 음악당 건립 예정지 매입 계약

2008년 10월 김태호 경남지사, 이명박 대통령에게 윤이상음악당 건립계획 보고 및 예산지원 건의

2009년 2월 진의장 통영시장, 건축가 프랭크 게리 씨 2차 면담

7월 6일 통영시, 음악당 축소와 명칭 변경 발표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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