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현장 우루무치 1년전과 비교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2008년 7월 관광객 북적이는 ‘중국 속의 異國’
2009년 7월 길목마다 무장경찰 ‘병영 도시’로

5, 6일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는 시위 발생 나흘째인 8일 ‘불안한 평화’를 이어가고 있다. 인민해방군이 시위 진압을 위해 사상 처음 우루무치에 출동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진압병력이 크게 강화된 가운데 한족들도 손에 들었던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가는 물론 관공서도 전과 마찬가지로 문을 닫았다. 위구르족 집단 거주지는 여전히 완벽하게 봉쇄된 채 출입이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기자는 꼭 1년 전 우루무치를 관광차 방문한 적이 있다.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 1년 전의 우루무치와 현재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 이질적 문명 하나로 융합된 활기찬 도시―2008년 7월
기자는 지난해 7월 5일부터 11일까지 우루무치에 있었다. 바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구 236만 명의 우루무치는 깨끗하고 활기찼다. 톈산(天山) 산맥 자락에 자리 잡아 7, 8월의 평균기온은 섭씨 25.7도로 지낼 만했다.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염하(炎夏)의 도시’ 투루판(吐魯番)이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수천 년 동안 실크로드를 따라 온 대상(隊商)들이 이곳에서 다음 여정을 준비했다. 한족과 위구르족 등 13개 민족이 어울려 사는 데서 보듯 우루무치에서 동서양의 이질적 문명과 종족들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특히 문명과 종족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상징한 곳이 이번에 유혈 사태가 발생한 얼다오차오(二道橋)와 그 옆의 다바자(大巴찰)였다. 위구르족의 전통시장인 이곳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중국 속의 이국(異國)’을 즐겼다.
관광객들은 우루무치를 소개하는 모든 여행책자에 쓰여 있듯 다바자의 한 노점에서 위구르족의 대표 음식인 양고기와 당근, 쌀을 함께 볶은 서우좌판(手조飯)을 위구르족의 방식대로 손으로 집어먹었다. 우루무치는 이처럼 언제나 평화로웠고 즐거웠다.
○ 시내 전역 착검 순찰…유혈 지역은 출입 통제―2009년 7월
8일 우루무치 중심부에 있는 호텔에서 무장경찰의 경계선을 수없이 넘어 얼다오차오를 향해 40분을 걸었다. 5, 6일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뒤 얼다오차오 등 위구르족의 거주지역으로 향하는 모든 길은 교통 통제가 됐다. 난먼(南門)의 런민(人民)극장 앞 광장과 주변 도로는 ‘병영’으로 변했다. 수천 명의 중무장 경찰이 경계를 섰다. 길 양 옆에는 100여 대가 넘는 병력 수송용 트럭들이 정차돼 있었다. 이들은 위구르족 집단 거주지를 완전히 포위했다. 하루 전에 비해 병력과 장비는 적어도 5배 이상 증강됐다.
유혈사태 발생 처음으로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보이는 국방색 트럭도 이날 간간이 발견됐다. 이 트럭들은 ‘무경(武警)’이라고 쓰인 무장경찰 소속의 트럭과 달리 번호판이 없거나 있어도 가려져 있었다. 차량 후면에 흰색 페인트로 쓰인 ‘蘭Y0000’이라는 글자를 황토 또는 노란색 테이프로 가렸다. 우루무치는 란저우(蘭州) 군구 관할지역이다. 또 이 표시는 란저우 군구 소속 군 차량이라는 표시다.
신화루(新華路)와 제팡난루(解放南路) 등 얼다오차오와 연결된 도로마다 수많은 진압병력이 있었다. 무장경찰들은 수십 명씩 대오를 지어 “목숨을 바쳐 인민을 보호하자” “조국에 충성하자”는 구호를 우렁차게 외치며 도로를 행진하고 다녔다.
이날 우루무치 상공엔 국방색 헬기 2대가 하루 종일 선회했다. 헬기들은 위구르족 거주지에 “적들에게 속지 마라”라고 쓰인 A3 크기의 유인물을 대량으로 살포했다. 목격자들은 위구르족의 일부 거주지에서 위구르족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보초를 서거나 수백 명이 도로를 점거해 경찰과 대치했다고 전했다.
한국 교민들도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순원 재중한국인회 우루무치 지부장은 이날 “한족들의 소수민족에 대한 반감이 확대될 조짐이 있어 한국인 역시 타깃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우루무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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