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날개’로 제3의 길을 날다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부시 ‘온정적 보수주의’ 등 상대黨 어젠다 수용해 성공

최근 국내외 정치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흐름이 거세다. 이는 현실적으로 좌파 진보와 우파 보수 사이 중간지대의 부동층 유권자가 늘고 있는 데 힘입은 바 크다. 중도노선으로 성공한 정치인의 사례는 국가를 넘어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과 199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대표적인 공약을 흡수해 융합하는 중도노선인 ‘트라이앵귤레이션(삼각화)’ 전략으로 승리를 거뒀다. 세금 감면과 범죄 퇴치 같은 공화당의 공약을 받아들였고 보수적인 가치로 여겨져 온 ‘성장과 기회’를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의 이념에 공화당의 가치를 흡수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제시하는 전략으로 중도 성향 유권자 표를 모을 수 있었다.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내세운 ‘온정적 보수주의’는 클린턴의 전략을 역으로 벤치마킹해 민주당의 분배와 복지정책 등을 수용한 중도노선 전략이었다. 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이 주도했던 교육 분야와 빈곤, 보건 문제를 공세적으로 이슈화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가치만 내세워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보수의 가치는 유지하되 약자와 소외계층을 보호하는 국가 건설 담론을 제시한 것이다.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 1997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대파하고 1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배경에는 ‘제3의 길’이 있었다. 블레어의 정신적 스승인 앤서니 기든스가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제3의 길’은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노동당의 좌파적 색깔은 묽게 하고 성장과 발전, 시장자율 등을 강조하는 보수당의 정책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노동당은 이 전략으로 3차례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1998년 제3의 길인 ‘신(新)중도(Neue Mitte)’를 내세워 만년 2인자에 머물던 사민당을 집권정당으로 만들었다.

국내의 경우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중도를 표방하는 후보가 많았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진보, 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적으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나가겠다”며 중도실용을 표방했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중용의 정치로 통합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을 내세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 후보와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이념성향과 관련해 “내가 바로 중도”라고 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중도개혁”을 표방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만이 각각 “보수”와 “진보”를 내걸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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