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정신질환자는 서울 있으면 안되나요”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국립서울병원 환자들, 주민 병원이전 요구에 발 동동

김진성 씨(가명·28)는 조울증 환자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국립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의 어머니는 경기 부천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아들을 만나러 온다. “병원을 지방으로 옮기면 어떻게 하죠. 지하철이 없는 곳이면 아들을 만나러 올 수가 없는데….”

국립서울병원은 1962년 지어져 4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한 환자가 많지만 화장실에는 계단이 있고 문턱도 높다. 시설이 낙후돼 재건축이 시급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병원 이전을 요구하고 있어 쉽지 않다. 수년 전부터 재건축이나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어느 곳에서도 반기지 않아 번번이 무산됐다. 2002년에는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이라는 두 글자를 도려냈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담장 밖 주민들도 오래 속앓이를 해왔다. 주민 이상복 씨는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누군들 흉물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지하철역 바로 옆에 위치한 병원 때문에 지역 재개발사업도 발이 묶였다”고 말했다.

병원은 주민들을 설득하려 여러 대안을 내놨다. 현재 있는 정신병원은 폐원하고 ‘국립정신건강연구센터’를 새로 짓는다는 게 골자다. 장기간의 임상치료 대신 연구중심 센터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병상도 960개에서 300개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도 병원은 갈 곳이 없다. 병원 측은 현재의 용지를 그대로 이용하는 방안과 광진구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서울을 아예 벗어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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