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세금 포퓰리즘에 빠져선 안 된다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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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전세로 집을 빌려줄 경우 전세보증금에 임대소득세를 부과하고 술과 담배의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다시 집을 사면서 투기를 촉발하는 사례가 많아 과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행 초기 반발을 줄이고 임대자가 세금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 정권’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교육비 경감,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에 이어 친서민적 조세정책을 펴려고 한다. 조세연구원은 그제 공개토론회에서 3주택 이상 전세보증금 합계가 3억 원이 넘거나 1주택자라도 9억 원 이상 주택을 전세 준 경우에는 임대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과세 대상이 되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보유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 조세저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2주택 이상 소유자와 9억 원을 넘는 1주택자의 월세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월세에는 과세하고 전세는 비과세하는 탓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세보증금 자체는 소득이 아니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전세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할 경우에는 이자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된다.

전세금에 대한 임대소득세 과세로 인한 부담이 세입자에게 떠넘겨질 수도 있다.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들은 임대자의 세금 부담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임대자들이 전세금을 올릴 경우 전세대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전세금을 낮춘 ‘다운 계약서’가 남발돼 많은 국민을 탈세 혐의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2% 부자를 겨냥한 세금폭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처럼 소수를 겨냥한 세금을 만들면 서민의 박수를 받을지 모르지만, 포퓰리즘식 세금 신설은 경제 현상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감세 정책을 펴다 보니 재정사정이 나빠져 세수를 늘릴 필요는 있다.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해쳐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술 담배의 세금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를 절제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죄악세(罪惡稅) 운운하며 납세자를 죄인 취급하려 들면 좋은 소리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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