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경묵]한반도 위기, 미국의 초당적 목소리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미국을 방문해 헤리티지재단, 미국 국방연구원, 브루킹스연구소 같은 유수의 싱크탱크에서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전문가들과 접촉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관계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였으며, 오히려 작금의 한미동맹관계가 과거 어느 정부 때보다 돈독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특히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전문가들이 한미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가히 초당적이라고 평가할 만했다.

미국 전문가들의 초당적 인식 공유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관계 진전 노력과 김정일 정권의 잇단 패착의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전통적 한미동맹관계를 한 차원 높여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동맹관계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최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공동비전에 합의했다. 또 국제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행된 김정일 정권의 안보위협 행동에는 한미가 합심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는 현실인식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번에 확인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현실 인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군사적 안보위협이 점증하는 현실을 크게 우려했다. 북한의 안보 위협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란의 핵개발 저지처럼 여러 난제에 직면한 오바마 행정부에 성가신 과제로 부각됐다. 그러면서 햇볕정책을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잘못된 보상 정책으로 평가하고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대북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앞으로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더는 북한의 통미봉남과 한미 이간책을 허용하지 않으며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둘째,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은 김정일의 건강이상에 따른 체제단속, 세습체제 구축 및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유인을 위한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파악했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야 하며 이미 이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가와 긴밀한 대북 공조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셋째, 북한이 9·19 공동선언과 2·13 합의를 받아들여 핵 프로그램 불능화 조치를 취하는 등 국제사회의 북핵문제 해결 노력에 일부 부응한 측면도 있지만 김정일 당대에는 핵 포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핵무기는 김정일 정권과 북한 체제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의 반영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변핵시설 복구 및 추가 핵실험 등 지속적인 핵 도발과 모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넷째, 예기치 못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는 현실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인한 권력공백의 후폭풍이 급변사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데 의학적 소견에 따라 앞으로 3, 4년이 고비라는 얘기다. 이런 전망에 유의해 우리는 북한 급변사태의 최우선의 이해 당사자라는 인식에서 우리 스스로, 그리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세심한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방미 일정 내내 우리의 안보를 지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공고히 하는 길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불투명하고 도발적인 김정일 정권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장래의 불확실성은 점증하므로 우리 스스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절감했다.

임경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