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학파라치로 사교육 못 잡는다

  • 입력 2009년 7월 8일 17시 02분


7일 밤 10시. 학원들이 빽빽이 들어선 서울 대치동 거리에 일제히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곧이어 학원 강의실 불도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학원의 수업시간 위반을 강력히 단속하고 일명 '학(學)파라치'라고 하는, 신고 포상금제를 실시하면서 벌어진 풍경입니다.

덕분에 망국적인 사교육이 사라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학원에서야 밤 10시까지만 수업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당장 새벽반이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밤늦게까지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늘어납니다. 당연히 과외비는 학원보다 비싸지요. 이 때문에 서민과 중산층 아이들만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즉 획일적인 학원 단속으로는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대입제도를 또 바꾼다고 해서 사교육이 잡히는 것도 아닙니다. 입학사정관제가 등장하자 어떻게 하면 그들을 사로잡을까, 하는 것을 학원에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능 과목을 줄이면 그 줄어든 만큼 영어 수학 과외가 더 늘 것이 뻔합니다. 가위바위보로 뽑아도 가위바위보 과외가 생기고, 뜀뛰기로 해도 뜀뛰기 학원이 생길 거라고 일선 학원 강사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사교육 문제를 걱정하는데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교사들이 학원 강사들 뺨치게 잘 가르치면 굳이 생돈을 써가며 학원 갈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웬만한 동네 학원들도 학생들을 실력에 따라서 상중하로 갈라 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선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전교조 교사들이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성적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실은, 귀찮아서 하기 싫다는 것이지요.

교육과학기술부가 해야 될 일은 이런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쓸데없이 학원 단속하는데 예산과 에너지를 쓰지 말고, 학교 교사들이 학원 강사들과 맞짱을 뜰 수 있도록 획기적 정책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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