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이틀째인 7일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모스크바 경제학교를 찾았다. 다른 나라에선 '오바마 열풍'으로 그가 연단에 서는 것만으로도 청중들이 환호하고 분위기가 고양되는데, 뉴욕타임즈 8일자 현장 스케치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경제학교 학생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연설문에 없던 즉흥 멘트를 넣었다.
"여러분 가운데 제가 그랬던 것처럼 강의실에서 미래의 아내나 남편을 만날 분이 계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멋진 커리어를 갖게 될 것이란 점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즉흥 발언에는 '남편 오바마'가 해서는 안될 작은 '실언'이 들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셸 여사를 만난 것은 대학 강의실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1989년 시카고의 로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생이던 오바마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카고의 로펌에서 법률인턴으로 근무했는데, 그때 로펌이 오바마의 멘토로 지정해준 게 미셸 변호사였다. 미셸은 이미 1988년 봄에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상태였다. 멘토와 인턴으로 만나 사랑이 싹튼 것이다.
미국의 정치전문 인터넷 신문인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차 때문에 잠시 기억이 흐려졌을 수 있다"며 "당시 옆에서 연설을 지켜봤던 아내에게 나중에 잔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살짝 긁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