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별★말씀] 지독한 ‘완벽주의’ 서태지는 못 말려

  • 입력 2009년 7월 8일 07시 36분


2004년 4월 22일, 개통을 4개월 앞둔 서울 한남대교 확장구간. 시간은 대략 오전 9시쯤으로 기억된다. 이곳에서 서태지 7집 수록곡 ‘라이브 와이어’ 뮤직비디오 촬영이 진행됐다. 기자는 당시 서태지(사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던 취재진 중 한 명이었다.

첫 촬영은 서태지가 게릴라 콘서트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 밴드가 연주하는 중간에 등장해야 하는 서태지는 카메라 앵글 밖에서 연주를 지켜보다 무대 중앙으로 뛰어 들어갔다. 노래를 부르고 경찰이 출동하고, 서태지가 무대에서 ‘무사히’ 연행되면 첫 장면은 끝.

그런데 생각지 않은 부분에서 NG가 계속 생겨 촬영이 길어졌다. 서태지는 NG가 날 때마다 무대 한쪽 거울 앞에서 마이크를 살짝 던졌다가 잡고, 몇 마디 노래한 후 특유의 깡충깡충 뛰는 동작을 연습했다. 촬영 준비를 다시 하는 지리한 시간 동안 밴에서 쉬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지만 그는 혼자서 무대에서 보여줄 동작을 연습을 계속했다. 평소에 무대에서 보여주던 동작과 별반 다를 게 없어 굳이 연습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쉬워 보이는 동작인데도 끊임없이 연습하는 모습이 지금도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서태지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음반을 준비할 때는, 돈과 시간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수없이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예전 음악을 다시 발표할 때도 ‘재가공’이라고 표현하기 미안할 정도로 신작에 버금가는 열정을 붓는다. 최근 발표한 8집도, 앞서 공개한 싱글 수록곡을 모두 새로 믹싱했을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악기나 노래까지 다시 녹음했다.

더구나 공연을 앞두고는 밴드와 합숙을 하며 하루 12시간씩 연습을 한다. 말이 12시간이지, 하루의 절반을 꼬박 연습을 그것도 몇 주일씩 그렇게 한다고 상상해보라.

방송출연에도 그의 완벽주의는 어김없다. 사전녹화 형식으로 출연할때 무대 세트는 물론 음향과 조명, 무대연출까지 지휘한다. 또 녹화가 끝나면 자기 녹화분을 가져다가 사운드 점검을 한다. 이를 두고 일부는 유난스럽다고, 또 특혜를 누린다고 비판을 한다. 그러나 사실 그가 녹화분을 따로 ‘손보는’ 것은 멋있게 나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음반으로 치면 일종의 마스터링 작업을 하는 셈이다.

그런 지독한 완벽주의 덕분에 대중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그 유난스러움은 비난이 아닌 박수를 받을 일이 아닐까.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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