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과 몽둥이… ‘야만의 피바람’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장갑차 막아선 ‘목발’ 중국 무장경찰이 7일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한 신장위구르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일대를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목발을 짚은 위구르족 여인 루순쿨레 씨가 장갑차 앞에서 체포된 남편과 동생들을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루무치=로이터 연합뉴스
장갑차 막아선 ‘목발’ 중국 무장경찰이 7일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한 신장위구르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일대를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목발을 짚은 위구르족 여인 루순쿨레 씨가 장갑차 앞에서 체포된 남편과 동생들을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루무치=로이터 연합뉴스
한족 수천명 “위구르인 때려죽이자” 보복 나서… ‘민족전쟁’ 조짐

이헌진 특파원 中신장위구르 우루무치 현지르포

5, 6일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는 7일 극도의 긴장감 속에 종족 간 보복폭행이 잇따르고 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왕러취안(王樂泉) 당 서기는 이날 오후 5시 민족 간 충돌 자제를 요구하고 오후 9시부터 8일 오전 8시까지 시 전역에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밤 통행금지가 시작되자 분노로 이글거렸던 도시는 삽시간에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 시 전역 통금… 유령 도시로

우루무치의 한족은 이날 오후 시내 곳곳에서 몽둥이와 쇠파이프 삽 쇠사슬 등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오후 4시경 한족 수천 명이 우루무치 중심부 훙산(紅山) 앞 10차로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위구르족 거주지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행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5일 유혈시위가 발생한 난먼(南門)에서는 일단의 한족이 “위구르인들을 때려죽이자”며 고함을 질렀다. 사태가 험악하게 전개되자 대부분의 상점이 급히 문을 닫았다. 이날 오전까지 거리에서 간간이 보이던 위구르족들은 오후가 되면서 일제히 사라져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길을 나서는 한족 중 열에 예닐곱은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들었다. 쇠막대기를 든 한 한족 청년은 ‘왜 무장했느냐’고 묻자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경찰은 흥분한 젊은 한족들이 무리를 지어 위구르족 밀집지로 진출하려 하자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다.

하지만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날 종족 간 충돌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5, 6일 유혈시위가 가장 극렬하게 발생한 얼다오차오(二道橋) 부근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런민(人民)의원 응급실에는 7일 하루 동안 위구르족 부상자 10여 명이 실려 왔다. 이 병원 의사 장(姜)모 씨는 “5, 6일 시위 부상자는 대부분 한족이었는데 오늘(7일)은 대부분 위구르족”이라고 말했다.

○ 사실상 계엄 상태

얼다오차오 등 위구르족 밀집지역은 사건발생 3일째인 7일 철저히 봉쇄돼 외부인의 접근이 완전 차단됐다. 입구마다 경장갑차와 무장경찰이 배치돼 안에서 나올 수도, 밖에서 들어갈 수도 없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현지 주민들은 이들 지역과 통화조차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는 투석전이 벌어진 듯 도로 위에 어지럽게 돌들이 흩어져 있었다.

시내 곳곳에서는 총을 든 경찰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얼다오차오 등 민감한 곳에서는 무장경찰이 총에 착검을 한 채 경계를 섰다. 이날 밤 시내에는 군용 트럭과 장갑차,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가 질주하는 모습이 간혹 목격됐다. 우루무치 전역은 사건발생 직후부터 7일 밤늦게까지 인터넷이 전면 봉쇄됐다.

한편 미국 정부는 우루무치 유혈사태에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 중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낸 성명에서 “우루무치의 폭력사태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며 “신장위구르 자치구 사람들에게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영상편집 = 뉴스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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