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연차 결심공판서 구형 안한 까닭은?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서면구형’ 방침 이례적… 일각 “수사협조 대가인 듯”

朴 “정상문에게 건넨 3억 원은 권여사와는 무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정관계 금품 로비 혐의(뇌물공여 등)로 구속 기소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사진)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에서 구형을 하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열린 박 전 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법정에서 구형하지 않고 박 전 회장에 대한 구형량과 의견 등을 나중에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공판은 검찰의 구형 없이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후 진술과 변론만으로 마무리됐다. 통상 결심 공판에서는 검사의 논고와 함께 구형이 이뤄지고 있어 서면으로 구형의견을 내겠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공판이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건넨 박 전 회장에게 먼저 구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이들이 따로따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 당사자에게만 먼저 구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예를 들어 돈을 준 사람은 혐의를 인정하고 돈을 받은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에 돈 준 사람은 유죄가, 받은 사람은 무죄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날 박 전 회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1심 선고 때까지 박 전 회장에 대한 선고를 미루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박 전 회장의 변호인들은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재판을 고려해 (박 전 회장의 형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달라”며 선고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도 “이 부시장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재판 결과가 박 전 회장의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선고에 맞춰 구형을 하는 관례에 따라 박 전 회장의 선고 기일이 잡힐 때까지 재판부에 구형 의견을 내지 않을 예정이다. 이 부시장에 대한 첫 공판이 9일 열리기 때문에 박 전 회장에 대한 선고는 일러야 다음 달 하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고려해 법정에서 구형을 하지 않고 비공개 서면으로 제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처음 나와 자신이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넨 현금 3억 원은 권양숙 여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돈이라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은 “3억 원은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행사를 치르는데 자금이 부족하다며 요청해 마련해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권 여사와는 상관없이 행사 경비로 쓰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3억 원의 성격에 대해 진술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3억 원을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는 반면 정 전 비서관은 권 여사의 지시로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