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사표를 낸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이미 두 차례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 사의를 밝혔을 때 이 부장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임 전 총장의 사의가 반려되면서 이 부장도 자연스럽게 사의를 철회했다.
이어 이 부장은 지난달 12일 ‘박연차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문성우 대검 차장에게 또다시 사의를 표명했다. 이미 임 전 총장이 사퇴한 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검 중수부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물러나면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로 사의 표명은 다시 물 건너갔다.
그로서는 이미 검찰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 부장은 13일로 예정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검찰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후속인사를 앞둔 지금이 물러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로 판단한 듯하다. 이 부장은 사표를 낸 뒤 곧바로 검찰 청사를 떠났기 때문에 사의를 번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은 다음 주에 있을 고검장급 인사에서 승진 후보군에 들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검찰 책임론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 부장의 고검장 승진 문제는 검찰 조직 전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당장 천 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 부장의 거취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청문회 이후 고검장 승진을 하든, 하지 못하든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이 부장은 검찰 내에서는 기획과 특별수사 두 분야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지검 형사9부장이던 2003년에는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청와대의 부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SK 분식회계 수사를 밀어붙였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때에는 ‘바다이야기’ 등 게임비리 수사를 지휘해 재계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