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300mm 물폭탄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논이 물바다로 최고 300mm가 넘는 장대비가 내린 전남 나주시 공산면에서 한 농민이 폭우로 침수된 논에서 빗물이 빠지도록 배수로의 나뭇가지를 걷어내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논이 물바다로 최고 300mm가 넘는 장대비가 내린 전남 나주시 공산면에서 한 농민이 폭우로 침수된 논에서 빗물이 빠지도록 배수로의 나뭇가지를 걷어내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나주 311㎜ 1명 사망… 부산 ‘18년만의 최다’ 308㎜

주택-농경지-도로 침수피해 속출… 내일은 중부 호우

7일 영·호남 지방에 최고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익사자가 나오고 곳곳에서 집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남 나주에 311.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신안군 자은도에 시간당 최고 108mm의 비가 쏟아지는 등 전남 경남 부산 울산 경북 지역이 ‘물폭탄’을 맞았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부산지역의 강수량은 역대 두 번째이자 태풍 ‘글래리스’가 불어닥친 1991년(439mm) 이후 18년 만에 최다인 308.5mm를 기록했다. 부산에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6시 18분부터 1시간에 73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도로 곳곳이 침수돼 출근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전남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진 지역을 중심으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잇따라 오후 5시까지 전남에서 6500ha가 물에 잠긴 것으로 집계됐다. 나주시는 3000ha가 물에 잠겨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나주시에서는 정오를 기해 영산강 상류 남평읍과 나주대교에 홍수경보와 홍수주의보가 각각 내려지면서 1204가구 2860명의 주민이 인근 학교로 대피하기도 했다. 주택 침수도 잇따라 나주시 171채, 신안 120채, 화순 108채, 함평·무안 18채, 영광군 1채 등 총 435채가 피해를 봤고 주택 침수에 따른 재산 피해 규모는 4억3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산사태와 축대 붕괴사고도 잇따랐다. 오전 9시 23분 부산 남구 우암동 A아파트 근처 비탈면의 토사가 30m가량 쓸려 내려와 주차된 1t 트럭과 승합차 등 차량 5대가 흙더미에 반쯤 묻혔다. 인근 주민 40여 명이 토사의 추가붕괴를 우려해 긴급 대피했다. 전남 나주시에서는 오전 7시 40분 공산면 동촌리에서 신모 씨(62·여)가 배수로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비가 내리자 신 씨가 논에서 배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전 10시 47분 화순군 도곡면 하천에서는 권모 씨(57)가 불어난 강물에 고립돼 헬기로 구조됐고 낮 12시 27분 광주 광산구 송산유원지에서 김모 씨(67) 등 7명도 고립됐다가 헬기로 구조됐다.

이번 장맛비는 주말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겠지만 1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8일 중부지방은 대체로 구름이 많겠고 남부지방은 흐리고 오전까지 비가 온 뒤 낮 동안에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밤부터 장마전선이 올라오면서 남부지방부터 비를 뿌리겠다”며 “9, 1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7일 예보했다. 8일 예상 강수량은 남해안 20∼60mm, 제주 10∼40mm, 전남 경남(남해안 제외) 5∼30mm, 전북 경북 울릉도 5∼10mm 등이다. 9일은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위치하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오겠고 특히 서울 경기와 강원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예상된다. 장마전선은 11일 남부지방에만 영향을 미치는 등 12일까지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13일과 14일 다시 활성화돼 전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됐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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