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과도한 조건 달면 기부 아니다”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자리’ 바라고 넘긴 부동산

약속 안지켜도 못 돌려받아

재산을 기부하면서 여러 조건을 달아 상대방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모 씨(64)는 2004년 대학 인수와 학교법인 설립을 추진하던 한 장학재단으로부터 “재산을 기부하면 학교법인 상임감사를 시켜주고, 동생은 대학의 학장에 임명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김 씨는 약속 이행을 조건으로 충남 아산시의 땅 2500여 m²(약 780평) 등 부동산을 이 재단에 넘기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하지만 재단 측이 학교법인 설립을 추진하지 않자 김 씨는 재산을 돌려받으려 했다. 그러나 부동산은 이미 우모 씨(47)에게 팔려 소유권이 이전된 상황이었다. 이에 김 씨는 우 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재단이 교육 목적으로 기부받은 부동산을 위법하게 처분했다”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7일 “재단에 부동산을 넘기며 여러 조건을 단 김 씨의 행위는 기부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기부가 이뤄진 것을 전제로 한 원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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