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올 들어 하루 평균 660여 명의 학생과 시민이 국회를 관람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학생이다. 국회법상 6월 임시국회는 지난달 1일부터 열렸어야 했지만,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5개항을 요구하고 비정규직법 개정안, 미디어관계법안 처리 반대까지 내세우며 회의 개최를 막고 있다. 입법(立法)기관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국회가 어린 학생들에게 되레 불법을 가르치는 셈이다. 10일엔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전국 각지의 초등학생 211명이 참가하는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가 열린다. ‘어린 선량(選良)’들이 막가는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스럽다.
8일 오후엔 아시아태평양 의회 사무총장 포럼 참석차 방한한 33개국 의회 사무총장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자의회 시스템을 관람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회도서관 주최 국제학술대회(15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회(16일), 각계 인사와 주한외교사절 1600명이 참석하는 제헌절 경축행사(17일) 등 모두 15건의 행사가 제헌절까지 열린다. 의석을 비워두고 회의장 입구에 좌판을 차린 국회의원들은 나라 안팎에 후진적인 한국 국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어제 민주당 의원들에게 “어린이 대학생 외국인 주한외교사절 등이 줄줄이 국회의사당을 방문한다. 길거리도 아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이 벌어지는 모습이 민망하다”며 철수를 요청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연말 연초 ‘망치 국회’ ‘폭력 국회’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더니 이제는 ‘농성 국회’ ‘돗자리 국회’다. 초당적으로 치러야 할 제헌절 행사마저 당리당략에 밀려날 판이다. 국회의원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국회상(像)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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