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76명 살리겠다고 20만 명 볼모 잡는 쌍용차 노조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가 오늘로 48일째 이른바 ‘옥쇄 파업’을 벌이는 동안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1차 협력업체 250곳으로 구성된 ‘쌍용차협동회’에 따르면 3개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쌍용차 납품 비중이 큰 20여 개 업체는 전면 휴업 중이다. ㈜네오텍은 작년 말 180명이던 직원을 120명으로 줄였고 쌍용차 공장이 노조에 점거된 이후엔 일거리가 없어 90명이 휴직 상태다.

쌍용차 노조가 976명의 정리해고를 거부하며 공장을 마비시킨 탓에 애꿎게 협력업체 비정규직들이 피눈물을 흘린다. 협동회 측은 “1차 협력업체들은 평균 30∼40%씩 감원했다”고 밝혔다. 1차 협력업체 직원 5만 명 가운데 1만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실직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또는 용역업체 파견근로자다. 쌍용차의 1∼3차 협력업체와 직간접 거래업체를 합쳐 총 20만 명이 쌍용차 노조원 976명의 ‘대리 희생자’ 처지가 된 것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노총은 ‘정부가 나서 쌍용차 노조와 협상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라’는 억지 주장을 편다. 소속 노조원 일자리만 지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돼도 좋다는 것인가. 그리고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왜 투입해야 하나.

이달 1일부터 전국적으로 2년 계약기간이 끝난 비정규직들이 실직되고 있는데도 정규직 위주인 민노총은 민주당과 함께 비정규직법 개정(시행 유예)에 반대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비정규직 보호’는 현실을 외면한 명분론일 뿐이다.

쌍용차는 과도한 인건비를 비롯한 고(高)비용 구조 탓에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판매가 부진해 위기를 맞았다. 회사 측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추가 대출 확보를 조건으로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돼 부도를 막았다. 노사가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고는 회생이 불가능하다.

노조가 공장 불법 점거를 계속해 자신들의 회사는 물론이고 협력업체와 거래업체까지 붕괴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참으로 나쁜 짓이다. 쌍용차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리점 직원 등 1만여 명은 어제 집회를 갖고 공장 점거 노조에 대한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과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쌍용차가 강성노조에 계속 흔들리며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면 법적인 청산절차를 밟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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