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法수행 ‘화두’가 만능은 아니죠”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김갑식 기자
김갑식 기자
남방불교 ‘제따와나 선원’ 연 일묵 스님
“부처님 호흡법 등 초기 불교 가르침 수행”

“수행자들이 갖고 있는 지혜의 수준은 모두 다릅니다. 화두 위주로 수행하는 우리 불교의 간화선은 장점이 많지만 너무 어렵습니다. 무조건 화두를 트는 것이 아니라 자기 단계에 맞는 수행과 경전 공부가 필요합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수행공동체인 ‘제따와나 초기불교 선원’을 개원한 일묵 스님(44·사진)의 말이다. 제따와나는 팔리어(부처 시대에 사용하던 언어)로 부처가 오랜 기간 머물며 수행했던 기원정사를 의미한다. 이 선원에서는 조계종의 간화선 대신 남방불교의 위파사나(호흡을 중시하는 부처 당시의 수행법)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1996년 출가 이후 13년 만에 본격적인 포교행에 나선 스님의 이력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서울대에서 불교 학생동아리를 이끌던 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의 제자인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일묵 스님을 시작으로 동아리 회원 20명 중 10여 명이 출가했다.

한국 선불교의 상징인 성철 스님의 손자 제자인 일묵 스님으로서는 위파사나를 택한 게 부담스러울 법하다. 하지만 스님은 “쉽지는 않지만 곧 이해하시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스님은 출가 후 10여 년간 수행하면서 선불교, 나아가 대승불교의 틀에 지나치게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2005년 미얀마 파옥 국제명상센터에 이어 지난해 프랑스 플럼빌리지, 영국 아마라와티 등에서 수행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오랜 수행의 전통이 있고, 수많은 선지식을 배출한 대표 사찰입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30년이 안 된 플럼빌리지는 알지만 해인사는 모릅니다. 부처님 시절의 알기 쉬운 말씀과 수행법을 따르고 있는 남방불교의 장점을 배워야 합니다.”

제따와나 선원은 재가자를 중심으로 경전 공부와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오전 법회와 함께 영어 법회를 열고 있다. 수행은 부처가 가르친 ‘아나파나사티’에 맞춰져 있다. 자연스럽게 들숨과 날숨을 챙기면서 숨의 접촉 지점은 윗입술이나 콧구멍에 두게 한다.

“남방 불교는 수행의 경지를 16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이 뭐꼬’를 화두로 삼아 왔지만 자칫 화두만능주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바둑의 ‘정석’처럼 수행에서도 꼭 알아야 하는 정석이 있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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