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그린비전 키워드는 ‘역발상’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음식쓰레기-인분도 에너지
독일 기업 독자기술로 대박

“음식물 쓰레기도, 인분(人糞)도 우리에겐 쓰레기가 아닌 에너지이다.” 최근 미국 새너제이 시가 2000만 달러를 들여 유기성 폐기물(organic waste)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시설을 도입하기로 해 화제입니다. 이 시설은 새너제이 시민들이 매년 쏟아내는 15만 t의 유기 폐기물을 90만 갤런(340만6768L)의 바이오가스와 비료로 바꿔준다고 하는데요. 새너제이 시는 이를 통해 연간 1800대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땅속에 묻지 않아 토양오염도 줄일 수 있고 에너지를 사는 데 들어가는 돈도 절약되는 것은 물론이고 청정 재생에너지 기술직이라는 새로운 일자리까지 창출될 거라고 하네요.

새너제이 시가 ‘그린비전’을 달성하겠다며 도입한 기술은 독일의 ‘베콘 에너지 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것입니다. 베콘은 유기 폐기물을 건조 발효시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내는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콘은 새너제이 시가 도입하기로 한 형태의 시설들을 이미 유럽지역 10여 곳에 세웠습니다. 이런 시설은 올해만도 세계 13곳에 더 문을 열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베콘은 역사가 채 20년도 안되는 젊은 기업입니다. 1992년 설립 당시만 해도 일반 건설이나 방음시설 개발 시공을 전문으로 했죠. 그러나 유럽에서 녹색기술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1990년대 후반 청정기술 연구를 시작해 2002년에는 현재와 같은 독보적인 기술 역량을 갖췄습니다.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술로 현실화해 오늘날 차별화된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죠.

요즘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는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가 화두입니다. 일각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녹색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두고 이미 해당 분야 기술을 선점한 유럽,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때 조그마한 기업 규모로 ‘블루오션’을 개척해 성공을 이뤄낸 베콘의 사례는 녹색사업에 막 뛰어든 국내 중소기업들에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변화하는 세계의 에너지 패러다임, 이 기회의 물결에 올라탈 수 있는 우리 기업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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