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단순히 학위따러 한국에? 천만에! 성과로 주목받는 외국인 과학자

  • 입력 2009년 7월 7일 17시 12분


(박제균 앵커) 우리나라의 많은 과학자들은 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갑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공부와 연구를 하러 오는 해외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과거엔 단순히 학위를 받으러 오는 유학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습니다.

(김현수 앵커) 외국인 과학자들은 뛰어난 연구 성과로 국내 학계에도 적잖이 기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사이언스 임소형 기자와 함께, 국내의 외국인 과학자들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임 기자, 오늘 소개해 줄 외국인 과학자, 어떤 사람인가요?

(임소형 기자) 네, 제가 만나고 온 외국인 과학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이렌드라 나드 사르마 씹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사르마 씨는 2005년 한국과학기술원에 들어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박사과정에서 계속해서 독성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07년 석사과정을 졸업할 때는 '우수학생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르마 씨가 연구하는 분야는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인데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면 국내 연구자들이 새집증후군처럼 휘발성유기화합물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나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르마씨는 이 분야에서 벌써 국제저널 논문 9편과 특허 4건을 발표했습니다.

(박 앵커) 벌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군요. 사르마 씨는 한국 과학연구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던가요?

(임) 네, 사르마 씨는 한국과학연구가 굉장히 체계적이다라고 말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주로 책으로 이론만 공부해야 하는데요, 시약이나 기기가 턱없이 부족해 실험을 거의 못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웬만한 실험재료는 2, 3일 안에 바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합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를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런 좋은 환경을 혼자 누리기 아까워서 아내와 처남도 데려와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아내 데브나스 씨는 나노재료학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김 앵커) 외국인 이공계 유학생들이 단순히 학위만 따고 돌아가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국내 연구에 기여하는 바도 많군요. 외국인 과학자를 위한 제도적 배려도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임) 몇 가지 시행 중인 제도가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사르마 씨는 이 연구원이 운영하는 국제 R&D 아카데미 소속입니다. 매년 2차례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해 현장에서 직접 연구를 수행하면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의 학위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죠. 학비 전액과 숙식비 혜택이 제공됩니다. 현재 IRDA에는 98명의 유학생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외국인 과학자를 양성해 개발도상국으로의 기술을 이전하는 등 과학기술 국제협력 기반을 다지는 것이 목적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급하는 사이언스 카드도 일종의 외국인 과학자 지원제도입니다. 인터넷으로 이 카드를 발급받으면 국내 체류 기간 동안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02년부터 4월 현재까지 1061건이 발급됐습니다.

(박 앵커) 한국에서 연구하는 외국인 유학생 과학자들에게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임) 우선 재정적 부담이 큰데요, 외국인 유학생의 학비는 현재 연구책임자나 지도교수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젊고 우수한 인력을 국내에서 더 많이 양성하려면 재정적 부담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동연구 성과를 분담하는데 필요한 법률적, 행정적 절차가 아직 체계적으로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 실력이 우수하다면 외국인도 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소통 문제도 여전히 걸림돌인데요, 한 외국인 박사는 한국 대학에선 영어강의가 많지 않아 외국인 과학자가 빨리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박 앵커) 국내 과학계가 하루빨리 외국인 연구자의 실력과 성과를 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군요.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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