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수십억원 투자 ‘로미오 앤 줄리엣’ 제작자 최성국

  • 입력 2009년 7월 7일 07시 31분


일생일대 대형사고 쳤죠

5일 ‘로미오와 줄리엣’이 공연중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앞 야외 카페에서 최성국을 만날 수 있었다. ‘웬 뮤지컬 제작?’이란 궁금증에 대해 최성국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동안 뜸을 들인 끝에 그가 고백한 사연은 “작품에 누가 될까봐”라는 것. 최성국 특유의 너무도 꾸밈없는 화법이 이어졌다.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 최성국 때문에 관객들이 뮤지컬을 단순한 코미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

배우로서 여러 번 봤던 그에게 이와 같은 자격지심(?)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부분. 그는 “최성국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대중이 구분해 생각해주진 않는 게 현실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코믹 연기는 연기자로서 내가 잘해왔던 것이고, 뮤지컬은 배우인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이자 꿈이기도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희망했던 일을 마침내 이룬 셈. 최성국은 “일생일대의 대형 사고”라고 여전한 재치를 발휘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쉽게 웃을 수 없는 현실이 숨어 있었다. 그는 이번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십수 년 지독하게(?) 모은 재산을 “전부 털어 넣었다”고 했다. 운영 자금이 조금 모자라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부모한테 손을 벌려 어머니 적금도 깼다”며 옅은 한숨도 곁들여.

“주위 반응요? 요즘 ‘분장실의 강선생님’에 나오는 유행어 그대로죠. ‘미친 거 아니야’란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돈으로 차라리 건물을 구입하라고 했지만…, 제가 상가 건물 사려고 연기한 것은 아니거든요.”

공연 프로그램에 담긴 제작사로서의 인사말도 공연시작 열흘 전에야 스태프의 강압(?)으로 부랴부랴 첨부된 것. 자기 사진을 싣는 걸 끝내 원치 않았던 최성국의 고집은 급기야 제작진 중 누군가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불펌’(?)해 넣는 해프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처음으로 무대 위가 아닌 뒤에 서 있게 된 최성국. 그는 이런 상황을 축구에 빗대 “정작 경기에서 승패에 가슴 졸이는 이는 선수가 아닌 관중이란 점을 절감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제작사로서 그의 면모는 카운터를 지키는 주인보다는 직접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에 가까웠다. 인터뷰 중간 중간, 분장실에 들어가는 이온 음료가 무엇인지 직접 체크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뮤지컬 제작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소감이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역시 그다웠다.

“속으로 ‘진짜 이게 됐구나’ 그랬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돈을 벌고 싶어 배우가 됐고, 더 늦으면 가진 것에 연연할 것 같아 저지른 거죠, 그래서 행복합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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