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499km…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하라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희망원정대 대학생 90명
19박 20일 대장정 출발

같은 옷과 모자를 착용한 대학생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딸의 모습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제 오후 7시 이후로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됐대요. 보름 넘게 딸의 목소리도 듣기 힘들겠죠.”

경기 안양시에서 왔다는 윤은진 씨(57)는 그렇게 먼발치에 서서 딸을 배웅하고 있었다. 윤 씨의 딸 안나영 씨(21·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2년)는 이제 19박 20일 동안 경남 사천시를 출발해 서울까지 약 500km를 오직 두 발로 걸어서 와야 한다. 윤 씨는 “딸이 돌아올 때쯤이면 한층 성숙해져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09 대한민국 희망원정대(주최 LIG·서울시, 후원 동아일보·노스페이스)가 6일 서울광장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원정대는 사천∼진주∼합천∼대구∼구미∼상주∼문경∼단양∼원주∼횡성∼양평∼서울 코스로 길을 잡았다. 총거리는 499km. 90명의 대원은 하루 30km가량 걷는다. 텐트 등 무거운 짐은 버스에 싣지만 세면도구, 개인 의복, 침낭 등은 짊어져야 한다. 배낭 무게만 7∼8kg에 이를 정도로 묵직하다. 지치면 응급차에 몸을 실어도 되지만 3번 이용할 경우 삼진이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마음의 벽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며 격려했다.

대원들은 발대식이 끝난 뒤 45인승 버스 3대를 이용해 사천으로 간 뒤 7일부터 ‘상경 도보’를 시작한다. “이렇게 오랜 기간 집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완주하는 것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윤희 씨(22·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 3년)는 밝게 웃으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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