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대물림 막겠다” 대통령 소신따라…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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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생 장학 - 복지사업에 사용키로

내달초까지 법인설립 마무리… 아호에서 ‘청계’ 이름 따와
첫 수혜자 하반기쯤에 발표… 대통령 기부 헌정사상 처음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사회기부를 정식으로 약속한 것은 지난 대선을 불과 열흘여 앞둔 2007년 12월 7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처음 언급한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간한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서초구 양재동 땅 등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지 밝히고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2007년 7월 검증청문회에서도 “제 작은 성취(재산)가 저만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 성취라는 선물을 준 우리 사회에 감사하며, 제 성취를 우리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부 의사를 밝혔다.

대선 승리 후 지난해 정권이 출범했으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혼란기를 거치는 통에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것도 재산 기부를 미루게 된 요인이 됐다. 그러다 이 대통령은 올 초 은밀히 자신의 절친한 고려대 동기인 송정호 전 법무장관에게 재산 기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의뢰했다.

송 전 장관은 “나 혼자 하면 그러니 몇 명 불러서 같이 해야겠다”며 이재후 김&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소설가 박범신 씨 등과 재단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재단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재단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돈을 이렇게 쓰면 좋겠다, 저렇게 쓰면 좋겠다는 의견이 쇄도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재외국민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이 대통령의 지론에 따라 일찌감치 장학사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재단 명칭은 어머니 이름을 딴 ‘태원(太元)’, 이 대통령의 아호인 ‘일송(一松)’ 등도 검토됐으나 이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또 다른 아호인 ‘청계(淸溪)’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라는 아호는 ‘초서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예가 취운(翠雲) 진학종 선생이 이 대통령에게 지어준 것이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1995년 작고)의 동생인 취운 선생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하기 전 ‘청계유룡(淸溪遊龍)’이란 한자어에서 ‘청계’를 떼어내 초서체로 휘호를 만들어 줬다고 한다. 재단 임원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서 직능 대표성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도 ‘특수관계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송 위원장은 다음 달 초 법인 설립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사회에서 내부 절차와 원칙에 따라 최대한 빨리 수혜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출연 재산이 부동산인 만큼 연간 임대료 수입 11억 원 중 약간의 관리비를 뺀 나머지인 10억 원가량을 재원으로 청소년 장학 및 복지 사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수혜 대상자는 현재로서는 초중고교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교 등록금과 초중고교생의 식비 등 각종 학업 부대비용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1인당 100만 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10억 원으로 1000명가량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수혜 대상자와 규모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재단 설립에 한 달 정도 소요되고 되도록 빨리 수혜 대상자를 선정키로 한 만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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