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으로 피운 ‘희망 연꽃’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개발 규제?… 그렇다면 친환경에서 돌파구 찾자”

농사 짓던 하천부지 물 채우고 연꽃 심어… 다산 유적-팔당댐과 연계, 年 40억 관광수입 기대

■ 팔당 능내리 녹색 성공기

6일 오전 한강변인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1리.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백련, 홍련, 수련이 강변 풍경과 어우러져 자연미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팔당호와 바로 인접한 곳에 심어져 한강 위에 연꽃이 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연꽃이 피어있는 곳 주변으로는 논두렁과 밭두렁이 아직 남아있어 이곳이 예전에는 논밭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일대는 상수원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갖가지 규제를 적용받아 자연 외에 인공구조물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보기에는 좋지만 이곳 주민들은 ‘개발 사각지대’인 마을에서 침체된 채 지내왔다. 주택단지 건설은커녕 음식점 신규 허가도 나지 않으니 좀더 넉넉한 살림을 꾸려보겠다는 희망조차 포기해야 했다. 이랬던 이 마을에 연꽃을 통한 ‘희망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430여 명의 능내1리 주민들은 올해 4월 농경지로 쓰이던 하천부지 8만2500m²에 연꽃을 심었다. 그동안 하천부지를 장기 임대하고 있던 주민 20여 명은 이곳에 농작물을 심어 근근이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연꽃을 주제로 마을 전체가 경제적 성공을 거두자”는 능내1리 이장 조옥봉 씨(39)의 제안을 받아들여 스스로 땅을 내놓고 연꽃을 심게 했다. 조 씨는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을 전체가 부자가 되는 길”이라며 사촌형부터 설득해 결국 대부분의 하천부지 임대인들이 경작 권리를 내놓게 했다. 장기 임대 권리를 포기하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연꽃을 재배하도록 땅을 내놓자 다른 주민들은 넓은 농경지에 물을 채우고 연을 심었다. 일을 할 수 있는 주민들은 너나없이 자발적으로 나와 한 달여 동안 10여 차례 이상씩 연을 심는 일에 참여했다.

토지와 노동력은 확보된 셈이고 사업 추진을 위해 남은 것은 자본. 이 문제도 주민들이 나서서 해결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매년 서울시가 환경부를 통해 이 마을에 지원하는 물이용부담금 중 5000만 원을 주민들이 연꽃단지 조성에 투입하자 남양주시는 이 사업에 1억 원을 지원했다. 규제에 묶였지만 주민 스스로 규제를 이겨내는 방안을 찾아 이를 실천에 옮겨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 주민들이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나선 데다 시의 역점 사업인 친환경 농업과도 개념이 들어맞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며 “주민들의 손에서 시작된 능내리의 ‘녹색성공’이 큰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심은 연은 지난주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연꽃이 자라는 동안 내년부터 본격 시작할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 어린이들이 연꽃과 연잎, 연근을 재료로 차와 음식을 만들어보고 인근의 다산유적지, 팔당 수력발전소 홍보관 등을 함께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연꽃밭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밭 사이에 전망대도 만들고 주변 산책로도 정비 중이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내년 초에는 연 전문 음식점도 만들기로 했다. 연잎차 등 연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한 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주민들은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면 하루 400여 명이 찾아와 이 사업으로만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모든 연꽃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내년에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온 마을사람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남양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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