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윤선]‘제대혈 관리법’ 조속히 제정을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제대혈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제대혈 관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함에 따라 그동안 관계법 제정에 목말라 하던 바이오 업계가 한껏 기대감으로 충만하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에라도 소중한 생명자원으로서 제대혈의 가치와 중요성이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제대혈이란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탯줄에서 채취된 혈액으로 단순한 성인의 혈액과는 달리 난치병 치료에 희망을 열어주는 줄기세포가 매우 풍부하다. 제대혈 내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줄기세포에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와 관절, 뼈, 근육을 비롯해 다양한 세포로 분화 가능한 간엽줄기세포가 포함된다. 이 중 제대혈 조혈모세포는 백혈병과 소아암 등의 질병에서 망가진 조혈계와 면역계의 기능을 되살릴 치료방법인 조혈모세포 이식의 재료로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골수 이식과 비교하여 장점이 많아 최근에는 제대혈 이식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제대혈 내 간엽줄기세포는 관절염 뇌중풍(뇌졸중) 치매 척수마비 심장병 폐질환 등 수많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원천재료이다.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널리 적용돼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에서 핵심 역할이 기대된다. 이미 몇몇 질병의 경우 간엽줄기세포 치료제를 이용한 실험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물의 단계를 넘어 인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중이라 머지않아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약이 선을 보일 것이다.

이렇게 의료적, 산업적으로 높은 가치 때문에 제대혈은행이라는 기관에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관하는데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바이오기업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제대혈은행을 운영하면서 위탁 및 기증을 맡고 있다. 아직까지 보건복지가족부의 가이드라인만 존재할 뿐 마땅한 법적 근거나 관리기관이 없는 상태여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국내 18개의 제대혈은행이 30만여 건의 제대혈을 보관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대혈 보관은 탯줄 혈액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제대로 추출하는 작업을 비롯해 초저온냉동, 해동 등의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과 시설, 전문 인력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관련 법규를 신속히 마련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97년부터 관리규정을 두고 제대혈은행이 식품의약국(FDA)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관련 기관인 미국혈액은행협회와 국가골수기증프로그램, 조혈모세포치료학회가 제대혈은행을 정기적으로 실사한다.

이번에 발의된 제대혈 관리법이 제정되면 보건복지가족부에 제대혈위원회가 설치돼 제대혈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제대혈은행을 허가제로 운영하면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 제대혈에 대한 전문적인 품질관리가 가능하게 되므로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제대혈 보관이 더욱 증가하고 제대혈 유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제의 개발 속도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난치병으로 고통 받거나 목숨을 잃는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전 세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요즘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연장해주는 제대혈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제대혈 관련 법안이 발의됨을 환영하며 하루라도 빨리 법의 테두리 내에서 안전한 관리와 연계된 바이오산업의 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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