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오프블로그]사실적이고 진지해진 게임 열혈강호 2탄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15년 ‘삐딱 콤비’가 조만간 선보입니다

만화 원작자 전극진-양재현 씨

국내 인기 온라인게임 중에는 유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효시라 불리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부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이 대표적.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열혈강호’다. 1994년 탄생한 퓨전 무협만화 ‘열혈강호’는 현재까지 49권의 단행본 발간, 300만 부가 넘는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성공한 국내 무협만화 가운데 한 작품으로 꼽힌다. 만화만큼이나 온라인게임의 인기 역시 대단했다. 2004년 공개된 ‘열혈강호 온라인’은 현재까지 5년간 총매출액 184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7개국에서 인기가 높아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만 1477억 원이나 됐다.

만화에 이어 온라인게임으로 이어진 흥행 성공의 이유는 바로 전극진(41·글), 양재현 씨(39·그림) 콤비가 만들어 낸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13일 최초 공개될(최종판은 내년 초 공개) 열혈강호 온라인 2탄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이들을 만났다. 다른 원작자와 달리 이들은 만화 제작만큼이나 온라인게임 제작에서도 각각 시나리오 감수(전 씨)와 전체 그래픽 총괄(양 씨)을 맡아 적극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콤비’ 소리를 들은 지 15년. 인터뷰는 자연스레 둘의 ‘궁합’ 얘기부터 시작됐다.

“우리 둘 다 비주류 쪽에 끌린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15년 전 열혈강호를 발표할 당시 만화계에서는 무협이 비주류였습니다. 학원물이나 스포츠물이 많았죠. 그런 상황에서 판타지를 결합한 무협물을 고집한 걸 보면 우리 둘 다 삐딱했기 때문 아닐까요.”(전 씨)

“그런데 성격은 달라요. 전 소심해서 화낸 후 몇 날 며칠을 고민하는 타입인데, 전극진 씨는 스펀지 같은 성격이라 화도 흡수하며 냉철한 편이라고 할까요.”(양 씨)

현재 이들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 5년 만에 공개되는 열혈강호 온라인게임 2탄. 원작의 30년 후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2탄은 발랄한 1탄과 달리 무겁고 진중하다. 5등신이었던 캐릭터들도 2탄에선 실사에 가까운 8등신으로 재탄생됐다. 진지해진 만큼 이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만화가 최소 단위의 제작자가 모여 만드는 창작물이라면 게임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블록버스터’급 창작물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화는 작가의 상상력이 중심이 되는 반면 게임은 여러 사람의 치밀한 구성력과 기획력이 바탕이 되죠.”(전 씨)

1989년 ‘아마추어 애니메이션 단체(AAW)’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올해로 벌써 20년 단짝. 그런 이들이 인터뷰 말미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바로 ‘스토리 강국’의 조건이었다. “스토리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창작물을 공유 사이트를 통해 쉽사리 내려받을 수 있고, 창작자에겐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사회에서 제대로 된 창작자가 나오는 건 무리겠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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