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에 식량 주기 보다는 농업 생산 능력을 키워주자”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식량지원 방식을 원조 중심에서 농업 발전에 대한 투자로 바꾸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식량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곡물을 지원해 급한 불을 끄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개도국들이 식량을 자급자족할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8일부터 사흘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라퀼라 식량안보 선언’을 채택하고 세계 식량위기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이 계획은 앞으로 3년간 120억 달러(약 15조 원)를 농업기술 교육, 관개시설 개선, 새 종자 개발 등 개도국의 농업을 발전시키는 데 투자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30억∼40억 달러를 내고, 캐나다 등 다른 G8 회원국들이 나머지 금액을 분담해 충당할 예정이다.

G8은 선언문 초안에서 “개도국 농업에 대한 투자 축소, 식량 가격 상승, 세계적 경제위기가 맞물리면서 기아(飢餓) 인구가 늘고 있다”며 농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세계 기아 인구는 지난해(9억1500만 명)보다 11.5% 늘어난 10억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일본은 개도국 농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기아 해결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식량안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어떻게 원조를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식량 생산을 늘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개도국 농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만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우리는 오랫동안 식량위기가 닥칠 때 원조를 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G8 국가들이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개도국의 농업 분야(임업 및 어업 포함) 발전에 투자한 액수는 1980년대에는 200억 달러를 넘었지만 2007년에는 5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는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지원한 식량원조 액수가 아프리카 농업 발전에 지원한 금액의 20배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유엔 산하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까나요 놘제 총재는 “개도국 농업에 대한 장기투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장기투자에 너무 치중해 식량원조를 등한시한다면 농부들이 곡물을 수확하기도 전에 주민들은 당장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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