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육계 CEO 초대석]서진원 ㈜하늘교육 대표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1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하늘교육 본사에서 이 회사 서진원 대표이사(사진)를 만났다. 그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선호하는 최고경영자(CEO)이자 ‘아이디어 뱅크’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서 대표는 짧은 메모가 여러 개 들어있는 휴대전화 메모장을 보여줬다.

서 대표는 “식사할 때나 자기 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휴대전화 메모장에 저장해놓고 다음 날 직원들과 토론한다”고 말했다. 최근 개편 중인 영어 교재에 반영한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한참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최고경영자의 이러한 모습은 하늘교육의 콘텐츠에 그대로 녹아 있다. 하늘교육은 교육 관련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는 교육업체다. 유아와 초중등 상위권 및 영재학생이 주요 대상이다. 교재 출판으로 시작했지만 하늘교육의 콘텐츠를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접하기 원하는 고객의 필요에 부응해 전국에 교육원 318개, 방문교육 64개 지점의 조직망을 설립했다. 》

“축구의 맨유팀처럼 아이들 숨은 잠재력 깨워줘야죠”

외우기-반복 계산 NO!… 사고-창의력 향상이 최우선
과학 실험교구 등 재미+내용 차별화된 교재 앞장
방문교육 콘텐츠 학부모가 인정… 1년반만에 2만명 신청

○ 엉뚱한 아이디어 뱅크, 차별화된 교재 개발에 한 몫

서 대표는 “외모에서 풍기는 첫인상이 교육계 사람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과 만나며 좋은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회사의 큰 그림을 구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이고 독창적인 그의 성향은 사업 이외의 영역에서도 자주 발현되곤 한다.

대학에서 수학교육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까지 받은 서 대표는 대학 3학년 때 직접 작곡한 곡으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했다. 스포츠광인 그는 축구나 농구 경기를 보면서 ‘슛 거리나 지점에 따른 배점을 크게 다르게 해 경기에 스릴을 더하는 방법’을 고민해 협회 관계자에게 제안한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가위나 칼 등을 사용해 용기를 자르지 않아도 내용물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다시 채워 재활용할 수 있는 ‘튜브형 용기’를 고안해 특허 신청을 하기도 했다.

서 대표의 이런 면모는 조직 내에서 CEO를 넘어 최고창조책임자(CCO)나 최고지식경영자(CKO)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가 특히 신경을 쓰는 교재 개발 분야에 서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올해 하반기 개편, 출간할 예정인 영어 교재가 대표적인 예. 영어 독해, 듣기, 말하기를 아우르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단어’라고 생각한다는 서 대표는 단어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단어전문 영어교재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서 대표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교재에 스티커도 붙이고, 동물 입체 모형도 튀어 오르게 하도록 하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재미있어야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 우수한 교재, 방문교육에서 힘을 발휘하다

서 대표는 이날 ‘상위권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집중 개발하는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복, 암기학습 위주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 문제해결력이 향상되고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터뷰 도중 서 대표가 하늘교육의 실험과학 교재(C-SCIENCE)를 펼쳐보였다. 봉투에는 교재와 저울, 비커, 온도계, 나무블록 등 다양한 과학실험교구가 들어있었다. 초등과정 과학교과와 실험 전반을 다루는 이 교재는 학교 내신뿐 아니라 영재학교, 과학고, 영재교육원 준비생에게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하늘교육의 대표 상품이다.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 말로 설명하고 그림책으로 보여주는 것과 진짜 코끼리를 보는 것은 천지차이지요. 과학은 실험이 핵심입니다. 직접 해봐야 기억에도 오래남고 개념도 확실해져요.”

서 대표의 이 같은 생각을 기반으로 하늘교육은 지금까지 수학, 과학, 국어, 영어, 논술 과목에 걸쳐 2800여 종의 교재를 만들었다. 교재연구소에는 40여 명의 전문 연구원이 교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대 교육연구소, 국내외 수학경시대회 출제진과 함께 개발한 수학경시대회 대비 전문학습지 ‘하늘교육 수학 MEX’와 창의사고력 수학 교재 ‘C-MEX’도 상위권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집중 개발하는 수학 프로그램이다. 서 대표는 “공식을 외우고, 반복해 계산하고,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학습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생각하고 개념을 이해함으로써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영국의 명문 축구클럽)엔 신비한 힘이 있답니다. 선수들이 일단 팀에 들어오면 이 팀의 수준과 분위기에 이끌려 스스로 강한 힘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재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늘교육의 콘텐츠를 가정에서 접할 수 있도록 2007년 시작한 방문교육 사업도 1년 6개월 만에 신청자 2만 명을 돌파하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방문교육 신청 전 한 달간 무료로 학습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벤트에는 매달 3000∼5000명이 신청해 약 80%가 다음 달에 유료 회원으로 전환한다. 그만큼 콘텐츠를 직접 접해본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 느려도 원칙대로, 창조적인 기업 만들 것

하늘교육은 창립 이래 현재까지 매년 성장세를 보이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정도를 걷는 원칙을 지킨 서 대표의 경영 마인드가 쌓아올린 결과다. 일부 교육업체들이 단기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것과 달리 서 대표는 무분별한 확장을 경계한다.

서 대표는 “외적인 성장만 추구하다 보면 수익 구조가 악화돼 돌이킬 수 없는 경영 악화 상태에 직면하게 할 수 있다. 국내 교육 시장의 규모가 무분별한 확장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늘교육의 대표적인 경쟁력인 평가시험 노하우를 종합해 국제적인 평가시험을 만드는 등 장기적으로 해외진출 계획을 갖고 있지만 서 대표는 서두르지 않는다.

“휴대전화 한 대를 팔아도 현지인에게 팔아야지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사람만 상대하는 사업은 비전이 없습니다. 또 어설프게 진출했다가는 적자를 면치 못하죠. 각국의 다른 교육 환경과 커리큘럼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현지화해 제대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원칙을 지키며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기업가만이 살아남는다는 서 대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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