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에 무수혈 심장 수술

  • 입력 2009년 7월 6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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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주 된 체중 2.8㎏의 신생아에게 수혈을 하지 않고 수술하는 '무(無)수혈 수술'이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팀은 국소뇌혈관 관류 수술기법(뇌에만 피를 보내면서 수술)을 이용해 6시간 만에 김 모 아기(여)의 심장 기형을 수술하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아기는 선천적인 대동맥 축착증(대동맥이 좁아져서 대동맥과 폐동맥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증상) 이외 심방 중격 결손증, 동맥관 개존증 등 여러 가지 심장 기형을 가지고 있었다. 신생아의 동맥관이 막히면 즉시 사망하기 때문에 대동맥 축착증이면 대부분 생후 1개월 이내에 수술해야 한다.

대동맥 축착증을 수술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멈추게 하고, 대신 수술하는 동안 심장기능을 하는 기계를 이용해 아기의 몸 밖으로 혈액을 뽑아낸 후 산소와 혼합시켜 다시 몸으로 주입하는 '체외 순환'이 필요하다. 이때 혈액을 기계로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혈액이 희석되면서 빈혈을 생기기 쉽기 때문에 혈액 희석을 막는 충진액을 사용하고 통상 다른 사람의 피를 섞어 빈혈을 막는다.

그러나 아기의 부모는 종교적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해 무수혈로 수술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수혈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혈액이 희석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고, 이에 따라 충진액도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충진액을 120㎖만 사용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종교적 이유로 수혈 없이 수술한 사례가 여러 건 있지만 체중이 3㎏도 안 되는 신생아를 무수혈 수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아기가 수술 후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 중이며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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